한 줄 평을 남기자
작성자
임국영 작가
작성시간
2019-01-29
조회수
457

한 줄 평을 읽다

바야흐로 온라인 쇼핑의 시대다. 요리는 물론이고 옷이며 화장품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 가구, 나아가 영화나 교통편, 숙소 등 상품이라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것 들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할 수 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했던 시기는 이미 지나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소비생활을 온라인 쇼핑에 상당히 의존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여행을 다녀오느라 비행기 표와 숙소 등을 여행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구매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단연 소비자들의 ‘한 줄 평’이었다. 현지의 맛집과 질 좋은 숙소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던 덕에 좋은 기억을 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른바 상품평을 남기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상품 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 사항을 남기는 행위는 비교적 공감하기 쉽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단순히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성실히 후기를 남기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수고스러운 작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어떤 보너스 포인트가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평을 남기는 이들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장소, 좋은 물건에 관해 나름의 평가를 내리고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그 감정은 내가 좋은 소설이나 음악 같은 작품을 경험했을 때 느끼는 어떤 충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이 감각은 글쓰기에 관한, 어쩌면 가장 순수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한 줄 평을 적다

한 리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책과 영화에 관한 평점과 글귀를 남긴 적이 있다. 이제껏 얼마나 많은 작품을 감상했으며 어디가 어떻게 좋았는지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고 평을 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내 마음의 랭킹을 정리해 보고 아쉬운 점과 좋았던 점을 기록해 두는 욕망이란 의외로 거역하기 힘든 충동이다. 그 작품이 내게 어떤 의미로 와 닿았던 걸까? 그것들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어쩌면 리뷰를 남기는 일은 나로 하여금 충동이 일게 한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심리에 기반하는지도 모른다. 존재는 자신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정의되기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 무엇인지 정의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 작업에 있어서 글쓰기라는 행위만큼 적합한 양식도 따로 없을 것이다.

리뷰(Review), 번역하면 평론이나 감상문이 될 듯하다. 어떤 대상, 즉 텍스트가 먼저 존재해야만 가능한 글쓰기다.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출출한 밤을 달래 줄 치킨 같은 야식도 훌륭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튀김옷이 바삭하고 육즙이 살아 있더군요. 닭다리가 3개나 있어서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라고 후기를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 이쯤에서 예찬론은 그만두고 리뷰를 쓰기 위한 팁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한다.


사랑하면 쓰게 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내가 사랑하는 지점에 관하여

리뷰란 텍스트, 즉 글감을 내 식대로 재구성해서 내놓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으로 리뷰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글귀를 써나가는 주체인 ‘나’가 ‘꽂힌 포인트’를 자각하는 일이다.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왜 그런가를 깨닫는 것이 리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내가 사랑하게 된 지점을 특정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이를 위해 리뷰 쓰기의 단계를 둘로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1차적으로는 글을 쓰는 주체인 내가 스스로를 설득시켜야만 한다. 이러이러한 지점이 좋았다, 고 써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은연중에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일에 실패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상에 관해 너무 많은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 단 한 지점이라도 내가 주목한 그 포인트의 정체를 파악해 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알게 된다. 내게 이런 취향이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야 비로소 타인을 설득하는 리뷰 쓰기로 나아갈 수 있다. 보다 객관적인 글쓰기의 영역을 향해 말이다. 객관성이란 어쩌면 배려심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타인을 배려할 것을 권한다. 배려가 없는 사람은 소외되기 십상이니까.


소유가 존재를 정의하는지도 모른다고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소유욕이란 대체로 홀로 향유하는 것만으로는 만족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소유물을 공표하고 선언함으로써 내가 정의한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만다. 인간의 소유 방식이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 의미로 리뷰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지극히 거창하고 대담한 행위인지도 모른다.

온라인 쇼핑의 시대, 글감은 차고 넘친다. 한 줄 평을 남기자. 가장 치열한 글쓰기의 장에 도착한 것을 환영한다. 



임국영 작가 | dlarnrdud89@naver.com

아침에 잠들고 밤에는 일하며 새벽에 소설을 쓴다. 농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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