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는 왜 비싸고 폐쇄적인 교육을 선택했나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3-15
조회수
1401

출처: HBX 소개 영상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 서로 연결되는 일이 쉬워졌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채팅은 물론 영상 통화까지 무료로 하는 건 예사고, 최근에는 홀로그램 화상 회의까지 가능해졌다.


교육회사들 또한 인터넷의 연결성을 이용한 서비스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과 교사’를 이어 주는 등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새롭게 생긴 ‘소통의 장’에서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공지사항을 손쉽게 알리고, 학부모는 아이에 대한 고민을 실시간으로 상담한다. 지방에 사는 학생이 서울 대치동의 족집게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인터넷의 연결성 덕분이다.


‘학생과 학생’의 연결도 확대되는 추세다.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을 연결시켜 봤자 말장난이나 하고 생산적인 토론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는데, 보란 듯이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국내의 한 스타트업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독서모임을 만들어 ‘애프터 토크’를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구글도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구글코리아는 ‘머신러닝 스터디 잼’의 전국적인 확대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직접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지식을 공유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해준다.


사실 이 같은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하버드는 온라인에서 학생과 학생을 연결하는 학습법으로 큰 재미를 봤다. 2011년 당시 온라인 공개강좌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유행할 무렵,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교육 플랫폼 ‘HBX’를 만들고 무크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학생들 간의 토론 기능을 극대화한 것이다. 보통 에듀테크가 대학교육에 가미된 예로 무크가 많이 거론되는데, 실제로는 교육 성과나 참여도 면에서 HBX는 무크를 뛰어넘는다.


HBX의 특징 중 하나는 유료란 점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는 것이 당시 명문 대학교들의 기조였는데, 하버드는 1,500달러(170만 원)의 수업료를 받았다. 약 10만 달러(1억200만 원)에 달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학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액수지만, 얼마든 돈을 받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수강생 수도 소수로 제한했다.


하버드가 이 방식을 고집했던 이유는 ‘진지한 학생들’만 모집하려 했기 때문이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토론 방식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려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엉뚱한 얘기로 학습 분위기를 흐리는 미꾸라지는 없어야 했다. 170만 원은 하버드의 수익이 아니라, 토론이 가능한 학생을 거르는 필터였던 셈이다.


HBX는 그 효과를 수치로 증명했다. 중도 탈락자가 90%에 달하는 무크와 달리 거의 대부분의 수강생이 코스를 이수했다. 게다가 학생들 간의 토론이 하버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이뤄졌다. 하버드는 토론이 막히거나, 엉뚱한 얘기가 나왔을 때 중재해 주는 기능까지 준비해 뒀다. 그러나 이게 필요 없을 정도로,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정답을 도출해 냈다.


이처럼 연결은 교육업계의 화두로 부상 중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하이퍼 커넥티드’(Hyper-Connected)를 꼽는다. 인터넷으로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배우기만 하던 학생들이 연결되어 서로에게 교사가 되어 주는 온라인 학습 풍경은 하이퍼 커넥티드 시대의 특징이자 에듀테크의 산물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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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체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