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5-31
조회수
792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한남동에 가면 개성 넘치는 카페를 많이 볼 수 있다.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별다방’과 달리 외관이 제각각이다. 안에는 푹신한 소파부터 딱딱한 걸상까지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가구로 채워져 있다. 어떤 카페는 공 모양의 의자를 둬 필라테스장을 방불케 한다. 말캉해 보이는 물체에 엉덩이를 대면 순간 표면이 쑥 들어가면서 허리를 딱 받쳐줘 앉기 편한 자세가 된다. 앉는 행위가 공을 의자로 만들었다.


앉는 행위가 의자를 만든다면, 모든 사물이 의자가 될 수 있다. 등산로 한편에 자리한 납작한 돌, 나무꾼이 잘라낸 그루터기, 농부가 쌓아 놓은 볏짚도 내가 앉으면 의자다. 이런 관점은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오창섭, 홍디자인, 2001)란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메타 디자인' 개념을 소개하며, “의자 말고 앉는 행위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은 디자인뿐 아니라 세계 교육계의 화두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교육 체계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으로 길러진 아이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기 어려워 AI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기업들은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를 지닌 인재를 선호한다. 웬만한 지식 기반 업무나 의사소통은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을 쓰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강조점도 비슷하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이 가져야 할 핵심 역량으로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자율적으로 성찰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사물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 등을 꼽는다.


‘자기주도학습’은 OECD가 지목한 역량을 길러 주는 교육 패러다임이다. 학생 스스로가 배울 내용, 학습 기간, 도구를 정해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 핵심이다. 덧셈 뺄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모르는 내용을 재학습한다. 태블릿으로 온라인 강의를 보거나 문제집을 사서 풀기도 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과 자율성, 비판 능력이 길러진다. 어찌 보면 학생이 공부를 하든 말든 그냥 놔두는 방임 교육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기주도학습에는 멘토링이 더해진다. 교사나 부모는 학생의 성취도나 학습 태도에 따라 확실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본인이 목표한 진도에 도달하고, 높은 성적을 거뒀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지지부진하다면, 문제가 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에듀테크(Edutech)는 자기주도학습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학습 데이터를 이용하면 개인의 학습 상황과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어도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사도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기에 학생 1명에 관해선 아는 바가 별로 없고, 알아도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에듀테크 전문 기업들은 이런 공백을 메꾸기 위해 각 과목별 AI 학습 상품을 개발 중이다. 축적된 데이터로 개별 학생의 약한 부분을 파악해 보충 수업을 제안하고, 잘하는 부분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연계 영역으로 추천해 주는 식이다.


이러한 AI 멘토링은 ‘메타 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파악하는 변별력을 길러 준다. 메타 인지는 상위 0.1%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능력으로 알려졌다. 모르는 것이 파악되면 그것만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성적은 오를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학습하기에 자기만의 특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 에듀테크는 자기주도학습에 접목돼 공급자 중심의 학습 패러다임을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앉는 행위가 의자를 만들듯 학습 행위가 차세대 교육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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