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만에 수업 끝내 주는 틱톡 선생님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9-18
조회수
214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프랑스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는 20세기 지식인들의 아지트였다. 장 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 앙드레 말로와 같은 서구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거기 모여 철학과 문학을 논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프랑스판 ‘100분토론’이었던 셈이다. 카페를 찾은 젊은이들은 커피와 함께 지식의 최첨단을 맛봤다. 지금이야 관광명소로 변모해 지식인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프랑스 카페는 지식의 유통센터였다.


지식인의 카페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 꾸려진 ‘카페’, ‘브런치’, ‘블로그’는 21세기 버전의 카페 드 플로르다. 이 온라인 카페에서는 누구나 지식인이다. 교사와 학생이 따로 있지 않다. 대단한 사상가이거나 전문작가가 아니어도 특정 분야의 정보가 있거나 경험이 풍부하면 자타공인 지식인 대우를 받는다. 자정이 되면 문을 닫는 오프라인 카페와 달리 이곳은 24시간 열려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수천, 수억 명이 이곳을 드나든다.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은 ‘집단지성’이란 이름으로 축적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가 포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소통기능을 강화한 덕분이다. SNS에서는 취미나 성향,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만든다. 커뮤니티원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협동한다. 여럿이 마음만 맞으면 사회 문제를 공론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이 확산하는 데는 SNS가 큰 역할을 했다. 또 직접 방문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카페와 달리 SNS는 내가 있는 곳으로 정보를 배달해 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을 제쳐 두고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가 뱉은 말 꾸러미는 관계망을 타고 뻗어 나가 각 사람들의 집(homepage) 앞에 떨어진다.


SNS의 이러한 특성은 교육으로 이어졌다. 바로 소셜러닝(Social Learning)이다. 소셜러닝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지식을 탐구하고 공유하는 것을 지향한다. 학생은 이 과정을 통해 소통과 협업에 익숙해지고 문제 해결 능력까지 얻을 수 있다. 미래교육이 추구하는 역량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셈이다. 주체성도 기를 수 있다. 소셜러닝에선 학생의 참여가 필수다. 역사 관련 사이트를 뒤져 가며 정보를 취합하고, 그에 따른 생각을 정리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가 알려 준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정보를 재구성하고 응용해 보는 내공을 기른다.


트위터(Twitter)는 이러한 작업에 특화된 SNS로 꼽힌다. 고급 정보가 많고 유저 간 소통이 활발하다. 구글닥스, 유튜브, 페이스북, 링크드인도 교육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트위터만큼은 아니다. 특히 미국에선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AceThatTest, @MrsSpalding, @DavidDidau 같은 트위터에는 과학, 영어, 교육과 관련한 정보가 쌓여 있어 누구나 무료로 열람이 가능하다. 글자 수를 140자로 제한해 놓은 것도 트위터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긴 글에 익숙한 세대는 이러한 분량 제한이 거슬리겠지만, 정보의 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틱톡(tiktok)도 짧은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에는 15초 제한이 걸려 있다. 이것도 글자 수로 따지면 140자, 한 문단 수준이다. 틱톡 하면 웃긴 영상이나 댄스가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교육 영역으로 발을 뻗었다. 지난 6일 틱톡은 인도 스타트업 베단투(Vedantu), 비드야 구루(Vidya Guru), 헬로 잉글리시(Hello English)와 줄줄이 협약을 맺고 교육 콘텐츠를 추가했다. 15초짜리 영상으로 무슨 공부를 하겠는가 싶지만, 계속 보다 보면 어느새 수십 분이 지나간다. 한 영상에 하나의 주제만 담기는 만큼 집중도 잘 된다.


다만 소셜러닝이 만능은 아니다. 짧은 영상이나 글에 익숙해지면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설같이 긴 호흡의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옆길로 샐 가능성도 높다. SNS로 공부를 하다가 웹서핑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SNS는 소통과 협업,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에 기반해 기성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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