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종차별 반대 외침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07-08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숨 쉴 수 없어요.”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붙잡힌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했던 말입니다. 그는 8분 46초 동안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채 이 말을 16번이나 했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데릭 쇼빈은 우발적 살인에 해당하는 2급 살인 혐의로, 그를 도운 3명의 전직 경찰관들은 2급 살인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곳곳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64%가 시위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일부 경찰들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의 ‘무릎 꿇기’에 동참했습니다.
 
백인이라는 인종 개념은 유럽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앵글로색슨만이 백인이었다가 이주민이 급증한 프랑스계와 독일계도 백인에 포함됐습니다. 20세기 초부터는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에서 이주한 이민자 전부로 확대됐습니다. 1790년의 귀화법은 자유의 몸인 백인만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규정했습니다. 흑인과 아시안 등 소수민족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없으며 투표권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현재 미국은 큰 틀에서 16개 범주로 인종을 구분합니다. 지난 4월 실시한 인구총조사 질문 가운데 인종 분류 체계를 보면 백인도 독일계, 아일랜드계, 잉글랜드계, 레바논계처럼 구체적으로 적게 돼 있습니다.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시 미국인, 자메이카계, 아이티계, 소말리아계, 나이지리아계처럼 나눠 적도록 돼 있습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출신 민족이나 지역에 따라 자의적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인류학자 조너선 마크스는 “인종은 자연의 범주가 아니며, 사람 종의 공식적인 동물학적 하위분류 단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75억 명 ‘인류’가 있을 뿐, 몇 개로든 ‘인종’으로 분류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간사회에서 존재하는 인종의 차이를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번 사망사건 이후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에서도 서구 제국주의 인물들이 청산 대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시절 노예제도 존속을 주장했던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이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켄터키 주 의회 건물에서 철거됐습니다. 보스턴, 마이애미, 버지니아에서는 유럽인들의 미국 원주민 학살을 촉발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신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이 철거되거나 훼손됐습니다.
 
영국에서는 17세기 영국 노예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서아프리카인 10만 명을 미 대륙과 카리브 해 섬나라에 팔아넘긴 주역으로 지목됐습니다. 영국 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틀에 있는 그의 동상은 시위대에 의해 최근 철거됐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종 차별 및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자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아프리카 54개국이 인종차별 문제 등을 시정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언론계를 중심으로 흑인을 가리키는 ‘블랙’(Black)의 ‘비’(B)를 대문자로 쓰자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검은색을 뜻하는 단어 ‘black’과 구분해, 흑인의 인종적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 , 등 미국 언론사 수백여 곳이 이에 동참했습니다.
 
미국에서 노예 해방이 선포된 지 157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연히 흑인’이었던 것인지 ‘흑인이기 때문’이었는지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건은 처음이 아니며 이로 인해 촉발된 시위가 더욱 거셌던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주변에 인종, 성별, 언어 또는 출신 지역이나 종교 등으로 누군가를 차별한 적은 없나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유엔헌장 제1조’의 내용입니다. 한 번씩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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