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08-31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의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비수도권 지역에는 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중증외상이나 소아외과 등 특수 전문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고 성형외과, 피부과 등 특정 전공 분야로만 의사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공공병원 근무 인력의 업무 과부하 문제까지 떠올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입학정원은 3058명입니다. 의사 인력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의사들이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파업했을 당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원을 감축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의대 신설도 20년이 넘게 없었습니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 동안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총 4000명 더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해마다 300명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아 해당 지역 의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게 한 후 10년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으로 한정해 전문 과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대도 설립할 계획(2024년 3월 개교 목표)입니다.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전문의 등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를 길러 내기 위한 학교입니다. 의료취약지이거나 공공의료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지역 입학생을 우대해 선발합니다.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 보건통계’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의 임상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보다 적은 최하위권입니다. ‘임상’은 실제 환자를 접해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에 관해 연구하는 의학을 말합니다.
 
지역 간 의사 인력의 격차도 큽니다. 2018년 기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12명인 반면, 경북은 1.38명에 그칩니다. 전체 의사 52.9%는 수도권에, 22.6%는 5개 광역시에 근무하고 있어 지역에 따른 의료서비스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지난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단체 행동을 해도 필수 인력은 남기겠다”고 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일할 인력도 남기지 않고 전공의 전원이 진료 현장을 빠져나가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의료대란이 없다지만 누가 죽어야 대란이라고 할 거냐” “왜 죄 없는 환자의 생명을 이용하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해 왔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질병으로 동네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증환자, 응급환자는 주변에 큰 종합병원이 없으면 진료를 받기 위해 큰 도시로 나가야 합니다. 정부가 의료취약지역에 종합병원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인구 감소를 이유로 지금 의사를 늘리면 미래 공급 과잉이 된다고도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추가로 배출될 의사가 본격 활동할 향후 30년 동안 전체 인구는 현재보다 8%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234% 늘어납니다. 노인이 늘어나면 입원 환자 수가 거의 2배 예상할 것으로 보여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29일 전국 20개 수련병원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근거로 집단휴진에 참여한 전공·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했습니다. 보건보지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진에게 진료 현장에 복귀하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이에 맞서 의협은 "9월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사 수를 늘려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지역별 의료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합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와 논의할 제도적 사안”이라며 대화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음에도 의료계는 집회를 강해해 ‘진료 공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치료받는 상급병원에서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는 업무를 합니다. 그들이 일을 중단하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국민에게 고통만 주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그들의 명분을 이해시키기는커녕 비판을 떠안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힘겨운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해 힘쓰고 있는 동료 의료진에게도 공감과 연대를 받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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