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숙제된 '자녀 친구' 만들기

작성자 
고민서 기자
작성시간
2021-01-15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부모 숙제된 '자녀 친구' 만들기
초1 자녀를 둔 김가영(가명·서울) 씨는 지난달 초 지역 학부모 모임을 통해 딸의 랜선 친구 여러 명을 소개받았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은 날들이 많아지면서 딸이 또래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은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 속 친구들과 마주한다. 김 씨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제대로 못가는 상황이다 보니 아이가 계속 집에만 있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놀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타깝지만, 그나마 랜선 모임을 통해 아이들끼리 하루 중 있었던 일을 서로 얘기하거나 그림을 그린 것을 서로 보여 주고 하는 과정 등을 통해 관계를 쌓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나 오프라인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또래 관계 형성을 잘 하지 못한 초1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맘카페나 유치원 동기, 기존에 다녔던 학원 친구, 반모임 등을 최대한 활용해 마음에 맞는 또래를 엄마, 아빠가 찾아 자녀에게 '랜선 친구'를 맺어 주는 것이다.

지난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일선 초·중·고교는 온라인 중심의 학기말 학사일정을 마무리하고 대부분 이달 말 전까지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초1 학부모는 "학기 중에 간혹 학교에 갔던 날도 아이들끼리 서로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쓴 채 대화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았다"며 "학기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 학부모 역시 지역 맘카페를 통해 자녀와 소통할 또래 랜선 모임에 들어갔다. 실제로 다수의 맘카페에는 자녀의 랜선 친구, 함께 소통할 친구를 구한다는 글들이 게시돼 있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는 인터넷상의 친구 맺기가 더욱 활발한 분위기다. 청소년들의 '페친(페이스북 친구 줄임말) 만들기'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줄임말) 맺기' 등 SNS로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현상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교육 현장에서 나오는 얘기다.

서울의 한 고1 학생은 "학교 친구들보다 SNS로 만난 친구들과 더 친한 편"이라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SNS 친구"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부모·교사들 중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을 내비치기도 한다. SNS 친구 맺기에 매몰돼 현실을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거나, 랜덤 채팅에 익숙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디지털 범죄에 노출되는 등 위험 사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양극화 지수' 개발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5년 중장기 연구 과제로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코로나19로 '학력 격차'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자 교육 양극화 현상을 정밀 진단하고 추이까지 볼 수 있는 계량화된 지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향후 관련 교육 정책을 세우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개발원은 2024년까지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 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연구에 착수했다. 교육개발원은 교육 분야에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여러 변수(요인)를 토대로 지니계수(계층 간 소득 불균형 지수)와 같은 완성도 높은 산출 방식을 고안할 계획이다.

이미 작년에 시작한 1차 연구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에 대한 학업 지원·관심도 등 '가정 배경'을 변수로 하는 교육 양극화 정도를 측정하는 1차 함수 개발을 마쳤다. 교육개발원은 곧 대국민 인식 조사 내용까지 포함한 선행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개인 차원의 교육 양극화를 들여다봤다면 앞으로 지역 간, 학교 간 양극화 등 보다 거시적 변수들을 검토할 것"이라며 "지수로 활용하려면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교육 양극화는 대입 판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 사회에 진출할 때 좋은 일자리를 특정 계급이 선점하는 경로가 고착화되는 등 계층 간에 대물림 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며 지수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개발원은 '교육 분야 양극화 지수'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 모니터링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신질환 심한 교사 수업 배제
중증 조현병(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에 대해 직권으로 인사조치를 내릴 수 있는 위원회가 서울에서 9년 만에 부활한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있다. 이 위원회는 서울에서 지난 2012년 폐지됐다가 질환을 가진 교사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학생 보호차원에서 다시 만들어지게 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다수 교육청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제정 이유에 대해 "정신적·신체적 질환교원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학습권을 보장해 학교 내 갈등,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하는 한편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질환교원은 특별장학 또는 감사 결과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장기적·지속적으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교원을 말한다.

위원회는 의료(정신건강의학 분야 등) 전문가, 법률전문가, 인권전문가 등 각 1인 이상씩 포함되도록 구성된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에서 추천한 사람도 포함된다.

 향후 위원회는 질환교원에 대한 심의를 요청받으면 그 결과를 '직무수행에 문제없음' '교육감 자체 처리(상담 또는 심리치료 권고 등)' '직권휴직 심의 회부' 중 하나로 결정하게 된다. 심의는 의사 진단서나 소견서, 학교장 의견서, 이해당사자 의견 청취 등을 통해 판단한다.

"지방대 57% 사실상 미달" 충격
2021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방대학 간 온도 차가 극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 등으로 지역 중소 규모 대학 등에서는 미달 학과가 속출한 반면 서울 주요 대학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역 대학 중 등록금 100% 면제 등 현금 투척 이벤트를 벌이는 곳도 있지만 학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일조했던 외국인 유학생도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지 오래여서 당분간 지역 곳곳에선 대학 초토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12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전국 209개 일반대의 2021학년도 정시 지원 마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경쟁률은 3.6대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학년도 5.2대1, 2020학년도 4.6대1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특히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4년제 대학 중 83.7%에 달하는 175개 대학이 전년도보다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대학 가운데 80% 이상이 정시 경쟁률에서 일제히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서울권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이 5.1대1, 수도권이 4.8대1로 선전한 반면 지방권은 2.7대1로 추락했다. 지방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1 이하로 떨어진 것 역시 사상 처음이다.

정시에서는 가·나·다군 1곳씩 원서를 세 번 쓸 수 있는데, 보통 중복 합격한 학생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 경쟁률이 3대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분류된다.

지방대학 가운데 경쟁률이 3대1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총 71개(교육대 제외)로 지방권 전체 대학 124개 중 57.3%에 육박한다. 사실상 올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안동대(1.4대1) 군산대(1.6대1) 전남대(여수·1.6대1) 순천대(1.8대1) 경북대(상주·2.0대1) 등 국립대 12개도 포함돼 있어 국·사립을 막론하고 지방대 미충원 사태가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전국적으로 정시 경쟁률이 평균 1대1에도 못 미치는 미충원 대학은 총 17개다. 이 중 13개는 지방에 있다. 충남 금강대나 경북 경주대 등은 정시모집 정원의 70%가량을 채우지 못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집중화되는 현상이 가속화돼 지방권 대학은 사실상 정시에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무료체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