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 닫은 사이 ‘사이버학폭’ 늘었다

작성자 
고민서 기자
작성시간
2021-01-22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학교 문 닫은 사이 ‘사이버학폭’ 늘었다
#A군은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 ○학년 ○반 A 안티 카페'라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A군을 향한 욕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A군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사례 중)

코로나19로 지난해 학교가 문을 닫은 사이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교문 경계가 무색한 '사이버 따돌림'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의 온라인·미디어 사용이 급증한 가운데 사이버폭력에 노출된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진행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지난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약 295만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0.9%(2만7000명)였다. 초·중·고교생 100명 중 1명꼴로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다. 이는 2019년(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17년(0.9%)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치다. 특히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례가 3.6%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중학교(0.8%→0.5%)와 고등학교(0.4%→0.2%)에서도 폭력 사례가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피해 유형별로 보면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처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비중이 커진 것이다.

비중 면에선 언어폭력이 전체의 33.6%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2019년 조사 때보다 2.0%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8.9%에서 12.3%로 3.4%포인트나 증가했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한 집단 따돌림도 23.2%에서 26.0%로 2.8%포인트 늘었다. 신체폭력, 금품 갈취처럼 눈에 드러나는 육체적·물질적 피해 사례가 최근 수년간 감소해왔다면, 정신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비접촉 폭력 사례가 눈에 띄게 확대되거나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학교폭력 유형 중 금품 갈취는 2013년 10.0%에서 2020년 5.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체폭력도 10%선 아래로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언어폭력은 30%대를 유지하고 있고, 집단 따돌림은 16.6%에서 26.0%로까지 확대됐다.

향후 교육부는 현장 목소리와 조사 결과를 분석해 다음달 중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차라리 검정고시로 대학 간다"
#올해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A양(서울)은 2019년 말 고1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교를 자퇴했다. 고등학교에서 1년을 보내면서 기대했던 만큼 내신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했다. A양은 수개월 동안 고민하고 2주간 자퇴 숙려제 시간을 가졌음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자 자발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지난달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던 B군(서울)은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정시에 매달렸다. B군은 "수시로는 목표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판단돼 자퇴를 강행했다"며 "고교 생활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대입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정규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대신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가려는 '학교 밖 학생'이 늘고 있다. 고교 내신 경쟁에서 밀려나 학생부로는 대입 수시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고교 자퇴생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매일경제가 교육부에 의뢰해 받은 고졸 검정고시 연령별 응시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0대 응시자(13~19세)는 총 2만9254명으로 전체 응시자(4만2002명)의 69.6%에 달했다. 비율상 역대 최고치로, 고졸 검정고시 응시생 10명 중 7명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얘기다.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10대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5년 50.7%로 전체 응시자 중 절반을 넘은 데 이어 2016년 56.8%, 2017년 63.1%, 2018년 65.6%, 2019년 67.7%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지역 고졸 검정고시 응시생(7264명) 중 70.3%(5107명)가 13~19세 청소년으로, 전년(67.4%)보다 2.9%포인트 늘었다. 5년 전인 2015년(60.6%)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고졸 검정고시를 보는 10대 중 절대 다수가 '자퇴→고졸 검정고시→대입 정시' 로드맵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1학년도 수능에 지원했던 검정고시 출신은 총 1만3691명으로 전체에서 2.8%를 차지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로 재학생·졸업생(재수생 등 n수생) 지원자가 모두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는 오히려 1252명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사일정 소화에 난항을 겪었던 2020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대입 수시를 위한 학생부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자퇴를 고민했거나 실제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정시 확대 움직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의 주요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을 40% 이상 늘릴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올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선발 비중을 30~40%대로 끌어올렸다. 수시 이월 규모까지 감안하면 정시가 45~50% 안팎으로 확대되는 대학도 나온다.

이미 학원가에선 대입을 준비하려는 10대 자퇴생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수능 대비반이나 유학생 전문반 등을 운영하는 검정고시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교육계에선 입시 체계에 변화가 잦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학교서 '동성애'를 배운다고?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에도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성인권 교육'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초등학교 고학년을 주된 대상으로 해왔던 성인권 교육을 중·고등학교로 범주를 넓혀 오는 신학기부터 관련 교수학습 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교육 현장에선 성인권 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치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자칫 학생들에게 동성애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성소수자 인권 교육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반대한다는 청원글로 도배돼 있다. 지난 12일 올라온 '만 3세 유치원부터 젠더 이데올로기와 편향된 사상을 주입하고자 하는 학생 인권 종합 계획을 반대한다'는 청원글에는 일주일새 3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이번에 나온 학생인권종합계획은 관내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올해부터 2023년까지 적용된다. 직전 계획은 2018~2020년까지 시행됐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전에도 여성가족부의 ‘학교에서의 성인권교육’ 운영학교를 선정해 매년 15곳 안팎의 초등학교(고학년)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해 왔다.

올해부턴 이와 별개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성평등 교육 자료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고 학교·교사별 재량에 따라 관련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차별, 성별 고정관념, 왜곡된 성 인식 등과 관련된 교육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전문기관을 통해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한 것"이라며 "기존 국어, 도덕, 영어, 기술가정, 음악 등 과목에서 연계해 지도할 수 있고 혹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병행할 수 있는 등 학교 선택 사항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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