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1-02-17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1-02-17
조회수
239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88명,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탄핵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등 법률이 신분보장을 하는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국회가 소추하고 국회나 다른 국가기관(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이 심판하여 처벌,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소추는 특정 형사사건의 재판을 요구하거나 탄핵을 발의하는 일을 뜻합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헌정 사상 세 번째이지만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4개 정당 소속의 161명의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습니다.
 
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을 앞두고 재판장인 이동근 재판장에게 “선고 전 판결 내용을 보고해 달라”고 말하고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습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25부는 지난해 2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재판개입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 내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판결에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불가변경력이 있는 판결문 원본의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탄핵안 가결 이후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탄핵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성명 등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이미 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형사재판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행위에 관해 범여권 국회읜원들이 탄핵소추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관 탄핵이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민의 힘은 이번 탄핵안 발의를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사법부 독립의 훼손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탄핵을 추진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해야 한다는) 판사들은 자기들 스스로 재판 독립을 침해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을 처벌하지 않으면 사법부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로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미국 같은 경우 연방법관만 해도 열다섯 차례 탄핵 소추가 됐고,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아홉 차례나 탄핵소추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거나 신분상의 비위를 저지른 이유로 1년에 20~30명의 판사들이 파면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사법농단 진상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의 징계는 시효가 만료되기까지 10명의 법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최고 1년 정직은 없었고, 견책에서 정직 6개월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오는 2월28일 임기 만료로 법원을 떠납니다. 헌법재판소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심리에 들어갔습니다. 심리는 재판의 기초가 되는 사실 관계 및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원이 증거나 방법 따위를 심사하는 일입니다. 주심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맡습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바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 쪽은 대리인단에 자원한 변호사 155명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상황을 봐서 대리인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탄핵심판 대리인은 현재까지 2명입니다.
 
임 부장판사는 이미 재판에 관여한 일로 2018년 대법원 자체조사에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같은 해 전국 법원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국회가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임 부장판사의 퇴직 전까지 판단을 내놓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어떤 결론이 날까요.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