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본격적인 학업 격차 시작, 대비할 방법 |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교 3학년은 학업 격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주요 과목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학습 격차를 줄이는 노하우를 알아보세요.- 작성시간
- 2024-08-14
본격적인 학업 격차라고 느껴질 만한 그런 격차는 도대체 언제 시작이 될까요?
제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모습과 태도를 관찰해봤던 기억을 짚어보면, 아이들 사이에 학업에 관한 격차가 벌어진다고 느껴지는 시기는 3학년 정도인 것 같아요. 3학년을 중요한 시기로 여기는 이유가 과목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학업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가 자기 스스로를 ’나는 못 하는 아이‘ 혹은 ’나는 잘하는 아이‘라고 규정짓기 시작한답니다. 3학년이 되면 아이들도 단원평가 점수를 가지고 스스로 줄을 세워요. 3학년이 되면 과목이 많아지기 때문에 평가 횟수가 잦아지는데요, 채점하고 나면 아이들이 ’너 몇 개 틀렸어?‘, ’너 몇 점이야?‘, ’너 100점이야‘라고 하면서 서로 수근수근하면서 비교해요. 아이들은 점수에 관심이 많아요. 몇 점이냐고 부모님께서 물어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점수를 잘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왕이면 100점 맞고 싶고 잘해서 칭찬받고 싶고 못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평가 이후에 내가 우리 반에서 몇 등 정도 되는지를 스스로 알게 되면 주변의 친구들이 100점을 몇 명이나 맞았나, 혹은 친구들이 나보다 잘했나 못했나를 확인하면서 나 스스로를 규정 짓는 거예요. 나보다 잘하는 애들이 엄청 많네, 라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어가요.
3학년 때 학업 격차가 가장 많이 나는 과목은 수학이에요.
3학년 때 특히 연산 파트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허둥지둥하면서 연산 실수를 많이 하거나 연산 훈련을 충분히 안 했던 친구들이 3학년의 수학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그 동안 연산을 착착 잘해왔던 친구들이 3학년 때 수학 성적이 좀 높은 편이고요. 그리고 또 3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도형’ 단원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상대적으로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도형 단원에서 힘들어하고 도형에는 강한 편인 아이들도 연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3학년부터 수포자라는 얘기를 해요. 하지만 사실 그 말을 들여다보면 ’나 정말 수학 잘하고 싶은데 자꾸 어려워요, 힘들어요.‘ 라고 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이 수학이라는 과목의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3학년 때 놓친 부분이 있는 채로 4학년이 된다고 해서 3학년 때의 미흡했던 영역이 채워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3학년 때 두 자리 나누기 한 자리 나눗셈이 나온다고 할게요. 201 나누기 3을 배웠어요. 근데 201 나누기 3이 안 되죠. 그러면 4학년 때 나오는 256 나누기 4를 할 수 없어요. 계단처럼 연결된 교육과정이거든요. 수학은 초등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전 학년도에 그 부분에 결손이 있었던 경우에는 3학년 때의 결손이 4학년, 5학년, 6학년에서 해당 영역이 나오는 경우마다 계속 어려움을 겪게 만든답니다. 나눗셈을 알아야 비와 비율도 알 수 있고, 곱셈을 알아야 그걸 이용한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풀 수가 있는데 이 기본 연산이 되어 있지 않고, 원리가 이해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다가 3학년 때 놓친 영역이 있으면, 반드시 방학 때 그리고 중간중간 계속 복습하도록 해야 해요. 그걸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학년이 올라가고, 심화나 최상위 문제를 풀고, 선행을 시작하는 건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어요. 4, 5, 6학년 때 수포자가 쏟아지는 이유랍니다. 우리 아이가 나눗셈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주변에서 다들 선행을 하니까 4, 5학년 정도면 서서히 선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나눗셈에 구멍난 아이가 선행을 시작한다는 건, 구멍 난 자루에 동전을 가득 넣어서 이거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돈을 계속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아이가 정말로 그 내용을 알고 이해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서 선행학습은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일부 아이에게는 적합한 학습 방식 중 하나이고, 어떤 친구들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될 거예요.
자, 그렇다면 이미 학업 격차가 난 상태로 3학년이 되었거나 그 이상의 학년이 되어버렸다면 이 격차를 좁힐 방법은 없을까요?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자신감과 복습이에요. 아이가 어느 영역에서의 결손 때문에 자신감이 없고 틀린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지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집중해주세요. 초등 안에서는,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어요. 이 격차를 중학교까지 끌고 가지 마세요. 이 구멍이 메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중학교에 가서 아무리 좋은 학원을 다녀도 소용없는 거 아시죠?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내 아이가 어디 영역에서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내 아이가 학업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전체 과목들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고, 그 부분을 신경 써서 살펴봐 주세요.
이은경 선생님
※ 해당 내용은 youtube_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이은경 선생님께서 작성해주신 원고입니다.
이은경 선생님은 2003년부터 2018.8까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셨으며,
현재는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비롯하여 다수의 책을 출간하고 부모교육 관련 강의를 수백 회 이상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