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찾는 학습 서비스,
홈런 중등팀이 고민한 것들
평소 활력 넘치고 유쾌한 이미지의 가수 홍진영 씨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여러 명이 접속해 함께 참여하는 총싸움 게임을 즐기는데,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게 좋아 게임 상황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도 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채팅창에는 각종 신조어와 줄임말은 물론이고 거친 말도 쉴 새 없이 오가지만, 홍 씨는 웬만해선 꼼짝도 안 한다.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묻지도 않은 말을 들었을 때 쓴다)가 욕같이 들리면 물어보면 되고, 많이 쓰이는 신조어는 달달 외워서라도 써먹으면 되니까. 그러다 ‘롬곡옾눞’(‘폭풍눈물’을 뒤집은 말)을 마이크에 대고 소리 친 순간, 누군가 그건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아니라고, ‘홍줌마’(홍진영+아줌마)가 신조어를 너무 급하게 배웠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또 어떤가. 일단 웃어넘기고 방송에서 에피소드로 쓰면 되지.
많은 성인들이 요즘 아이들의 언어 습관을 개탄하고 있지만, 세대 차이는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 당연히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러니 아이들 말에 일일이 반응하며 열 올리는 것보단, 왜 저런 말을 쓰는지, 저런 말이 어떻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좀 더 살피는 편이 아이와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차피 모든 말은 명멸하고, 결국 언어란 소통의 문제니까.
그래서 준비했다!
뜻을 알기 전엔 뭔 소린가 싶고, 알고 나서도 따라 하기엔 좀 애매한 신조어들!
너곧나
‘너의 의견이 곧 나의 의견이다’의 줄임말로, 상대방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다. ‘너’, ‘곧’, ‘나’ 모두 1음절만으로도 오롯한 단어들이라 뜻을 알고 나면 참 잘 줄였다 싶다. 하지만 초성만 써서 ‘ㄴㄱㄴ’만 쓰는 경우에는 뜻을 짐작하기 어려우니, 말을 줄이는 데도 절제가 필요할 듯하다.
좋페
발음하면 어감이 썩 좋지는 않다. 첫 글자도 그렇고, 마지막 글자도 그렇다. 생김새로 미루어 합성어를 줄인 것처럼 보인다. ‘좋’은 ‘좋다’일 것 같은데, ‘페’는 무엇일까? 바로 ‘페이스북’이 떠올랐다면, 부러운 감각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좋은 페이스북’? ‘좋아요 페이스북’? ‘좋아요 눌러 줘 페이스북’? 정답은 이거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 누르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겠다.’ 무려 24자를 덜어 냈으니 뜻만 한 번에 통한다면 아주 경제적인 용어일 수도 있겠다.
렬루
유성음이 연달아 이어져 역시 발음하기 좀 부담스럽다. 과연 무슨 뜻일까? <대학내일>에 따르면, ‘정말로’를 뜻하는 ‘리얼(real)로’를 귀엽게 표현한 ‘리얼루’를 한 번 더 줄인 단어가 ‘렬루’란다. 혹자는 이마저도 줄여 ‘ㄹㄹ’라고 쓰기도 한다는데. 과연, 귀여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아무나, 그리고 아무 때나 쓸 말은 아닌 것 같다.
할많하않
‘할 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이다. 우리 고유의 ‘유구무언’(有口無言)과 비슷한 듯하지만 사실 완전히 다르다. ‘유구무언’은 ‘입이 있어도 말은 없다’는 뜻으로, 죄지은 사람이 변명할 말을 못 찾는 상태를 이르는 반면, ‘할많하않’은 할 말은 많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의지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할많하않’을 선언하는 것일까?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요는 결국 완벽한 소통이 불가능함을 직감해서가 아닐는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G
이건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해쉬태그쥐]? [샵쥐]? 정답은 후자다. 읽는 법을 알고서도 뜻이 잘 짐작되지 않는 이유는 원래 4음절이던 단어를 무리하게 2음절로 줄인 것도 모자라 표기법을 아예 남의 나라 말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답은, 바로 ‘시아버지’. 어쩌면 이 말은 시집살이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의 애환을 담은 풍자와 해학인지도 모르겠다. 수년 전 ‘시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참고로 신조어를 비롯하여 우리말의 쓰임에 관심 있는 사람은, 국립국어원 우리말샘(opendic.korean.go.kr)에서 회원 가입 후 오픈사전 집필에 참여할 수 있다. ‘TMI’라면, ‘할많하않’!
참고자료
2014년 신어 조사 보고서 (국립국어원, 2015.03.25)
세종머앟?… 세종대왕이 울고갈 '야민정음' (조선일보, 2016.07.18)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개통, 갑질·꿀피부… 신조어 뜻풀이 내가 해볼까? (중부일보, 2016.10.07)
[신조어의 세계]분명 우리말인데…외국어보다 높은 ‘언어 장벽’ (2017.02.17)
‘할많하않’ 속 할 말 하는 법 (The PR, 2017.07.12)
롬곡롬곡·댕댕이·띵곡…‘야민정음’ 아세요 (한겨레, 2017.10.08)
2017학년도 20대 트렌드 고사 <신조어 영역> (대학내일, 2017.11.30)
롬곡옾눞?... 10대끼리도 안 통하는 신조어 (한국일보, 2018.03.23)
'사바사' 모르면 아재? 절반도 못알아듣는 신조어들 (파이낸셜뉴스, 2018.05.10)
* 참고자료 목록은 발행 시기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