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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eal Rap With Reynolds’ 유튜브 캡처
찰스 레이놀즈는 미국 필라델피아 고등학교에서 교사 겸 브이로거 ‘Real Rap With Reynolds’로 활동 중이다. 브이로거(Vlogger)는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레이놀즈는 수년간 낮에는 학생들 앞에서 문학 작품을 가르치고, 밤에는 홀로 카메라 앞에 앉아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제법 다양한 콘텐츠를 다뤘는데, 전공을 살려 <파리대왕>,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뿐 아니라 말썽 부리는 학생 훈육하기, 상처받은 학생 달래기 같은 교수법도 올렸다.
초장기에는 조회 수나 구독자 수 모두 미미했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레이놀즈의 영상을 시청하기는커녕 존재감 없는 브이로거라며 놀리기 바빴다. 레이놀즈는 개의치 않고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했다. 수년간 매주 15~20시간을 들여 2개의 비디오를 줄기차게 올렸다. 그의 채널은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큰형 같은 이미지, 거침없는 입담이 통했는지 2018년 처음으로 구독자수 1만 명을 돌파하더니 탄력을 받아 현재 4만3,000명을 거느린 유명 브이로그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에서는 레이놀즈처럼 교직과 브이로그를 병행하는 교사들이 꽤 많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더 많은 학생들에게 퍼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브이로그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영상에 찍히거나 찍는 데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즐기기 때문에 교사의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수입도 쏠쏠하다. 레이놀즈의 경우 유튜브가 한 달에 100달러씩(11만6,000원) 고정적으로 지급한다. 유명 브이로거로 이름을 알린 후 이따금씩 강의 의뢰도 들어와 건당 수백에서 수천 달러를 받고 있다.
교사 개개인의 성향과 개성, 관심사가 다 다른 만큼 콘텐츠는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수업 시간에 저지른 실수, 교실에서 직접 부화시킨 병아리, 학기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등 뭐든 콘텐츠가 된다. 이걸 누가 볼까 싶을 정도로 허접한 영상도 있지만, 신기하게 클릭 수가 수천, 수만 건을 넘기도 한다. 확실히 사람들의 취향은 가지각색인 듯하다.
반대로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클릭 수가 저조한 콘텐츠도 많다. 사실 이런 콘텐츠가 절대다수다. 특히 직업 교사들이 올리는 콘텐츠는 내용의 전문성, 진정성, 유창성 면에서 다른 유튜버들을 능가하는데도 영 인기를 끌지 못한다. 캘리포니아의 초등교사 ‘Ms. Chaudhry’s Champions’는 주말 빼고 매일 유튜브에 책 읽는 영상을 올린다. 이걸 수년째 반복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책 읽어 줄 여유가 없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위해서다. 그런데 클릭 수는 수십 건을 넘지 않고 구독자도 두 자릿수다. 매일같이 볼거리가 쏟아지는 유튜브인지라, 창작자의 열정과 진정성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유튜브랩 강민형, 박현우, 양희창이 공저한 <웰컴 투 유튜브>도 비슷한 지적을 한다. 이 책은 소위 ‘먹히는 콘텐츠’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클릭을 부르는 콘텐츠는 타깃층이 확실하다. “20대 후반의 직장인 여성, 30대 미만의 취준생 남성, 혹은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남성 등 기준은 다양할 수 있으나 가급적 자세하게 나눠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에선 ‘피리토끼TV’가 타기팅에 성공한 사례로 보인다. 서울 북가좌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정인 교사는 단소 소리를 못 내는 학생들을 위해 영상을 올려 26일 현재 18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꾸준함도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처음부터 수천, 수만의 구독자를 거느린 브이로거는 없다. 누구나 구독자 한 명 없는 무명(?) 시절을 거친다. 벽 보고 혼자 떠드는 것 같은 적막한 시기를 견디려면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를 다뤄야 한다. 또 단 한 명의 고정 구독자라도 확보하려면 주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영상 작업을 꾸준히 주기적으로 하되 너무 자기 자신에 심취해선 곤란하다. 타깃층이 좋아할 법한 주제, 어휘, 분위기 등에 맞출 필요도 있다. <웰컴 투 유튜브> 저자들은 “소위 잘 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려면 인기가 많은 영상을 보고 잘 되는 영상들의 문법과 트렌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교육 브이로거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지난 7월에 마련된 ‘교원정책과 교원 유튜브 활동 복무지침’에 의거해 유튜브와 교직을 겸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본연의 직무에 지장을 초래하지만 않는다면 교사는 유튜브에 얼마든지 영상을 올리고, 다른 유튜버들처럼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물론 본업에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교사 유튜브를 아니꼽게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유뷰브가 이미 10대들의 주류 미디어로 자리 잡은 만큼, 교사들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하다. 또한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교사 유튜브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 ‘대도서관’을 능가하는 스타 교사가 나오길 기대하는 이유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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