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없는 학생, 질문하는 교사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2-12
조회수
29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미국 북동부 더럼에 위치한 패스파인더 커뮤니티스쿨(Pathfinder Community School)은 교사와 교실, 교과서가 없는 특이한 학교다. 이곳에 등교한 아이들은 시간표나 커리큘럼이 없다 보니 말 그대로 그냥 논다. 야외에선 잔디밭을 마구 뛰어다니거나 모래로 집을 짓고 실내에선 숨바꼭질을 한다. 이 학교 설립자인 와일더조차 아이들의 놀이를 방해할 수 없다. 철제 캐비닛 안에 숨어있는 아이를 발견해도 조용히 문을 닫고 모른 척해야 한다. 와일더는 ‘노는 것이 공부’란 철학을 갖고 있다.


패스파인더 커뮤니티스쿨은 ‘자기주도학습’을 지향한다. 이는 학습자 자발적으로 학습의 상세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방식이다. 보드게임을 하던 낮잠을 자던 학생 자유다. 교도소를 개조한 건물이라 실내 공간이 남아돌지만 아이들은 주로 야외 활동을 한다. 전교생은 36명 소수 정예고 나이대는 5~14세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은 헬퍼(helper) 개념의 스텝 4명과 자원봉사자 1명의 보호·감독 아래 마음껏 활동한다. 무질서해 보이는 이 학교에도 원칙은 있다. 자가기 어지럽힌 자리는 스스로 치우는 것, 아침에 등교하면 뭘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하루 계획은 혼자서 짜지 않고 스텝의 지원을 받는다. 하고 싶은 게 아예 없거나 있어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텝이 일방적으로 할 일을 권유하진 않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결정한다.


자기주도학습이 패스파인더 커뮤니티스쿨의 전유물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주입식 교육에 반대하는 많은 학교들이 자기주도학습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단, 다 같은 모습은 아니다. 채식주의에도 허용하는 음식에 따라 비건과 락토, 세미 베지테리언 등으로 등급이 나뉘는 것처럼 학생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제각각이다. 교사나 교과서, 강의가 없는 극단적인 형태부터 다른 건 전통학교와 다 똑같은데 학생 중심의 토론식 수업만 살짝 가미한 형태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교사가 정규과목 수업을 진행한다고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관심사를 발견하고 알아서 학습할 수 있느냐다. 호칭이야 어찌 됐든 이 과정에서 교사(또는 스텝)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아이가 뭘 흥미로워하는지,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지, 기존 정보와 융합해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가이드’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기주도학습 방식이 교사의 역할을 축소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지식을 그저 전달하는 데 그쳤던 전통학교와 달리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관심사를 깨닫게 하고 지식 활용, 비판적 시각, 문제해결 능력까지 갖추도록 지도한다.


질문은 학생의 자발성과 관심을 이끌어 내는 주요 수단이다. 지난해 OECD가 발간한 <Fostering Students’ Creativity and Critical Thinking>도 질문하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문답식 티칭’이다. “이 사건에 대해 네가 알아야 할 것은 뭘까?”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알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으로 생각을 자극하면서 내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는 학생에겐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 사람을 왜 존경하는지, 어떤 행동을 따라하고 싶은지’를 물으며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돕는다. 반에서 꼴찌 하는 학생이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 지금 상태에서 의사가 되려면 어떤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야 할지, 변화에 따르는 고통(수면 및 게임 시간 단축)을 감수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질문의 최종 목적지는 질문이다. 교사의 질문은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얻을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립이 가능한 평생학습자가 되는 것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