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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정보

1% 의지력으로 만드는 공부습관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새해를 맞은 지 3개월이 넘었다. 날수로는 100일. 이쯤 되면 신년 계획의 성패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볼록 나온 배에 왕(王) 자를 새긴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면, 지금쯤 흙 토(土) 자 정도는 그렸을 것이다. 경제서적 100권을 독파하겠다는 계획을 실천했다면 현재 국제유가와 주가, 금값이 왜 폭락했는지 정도는 술술 말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한 번, 두 번,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몸에 스며든다.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라고 부른다. 습관이 되면 힘이 들지 않는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습관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그걸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말대로라면 습관은 백지수표와 같다. 습관이란 종이 위에 뭐든 쓰기만 하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콩 심은데 콩나무가 자라듯 당연한 진리다. ‘운동’을 쓰면 ‘몸짱’이 되고, ‘독서’라고 적으면 ‘지식인’이 된다.

 

학생 입장에선 공부가 습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예습, 수업 후엔 복습, 밤 7시엔 과제물, 수업 도중 모르는 것은 바로바로 물어보는 게 습관인 학생은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이런 좋은 습관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말이 쉽지 행동은 어렵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물 한 잔 먹는 것도 쉽지 않은데 공부는 오죽할까. 2010년 런던대학교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 교수는 실험을 하나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매일 점심마다 물 한 잔을 마시라고 요구하고, 이게 습관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평균 66일. 무려 254일이 걸린 학생도 있었다.


습관을 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몸은 애초에 운동이나 공부 같은 생산적인 행동에 저항하도록 설계됐다. 보상이 즉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가 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습관이 '신호-반복행동-보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공부 습관은 무지에 대한 자각(신호)-공부(반복행동)-지적 성취(보상)로 진행된다. 문제는 보상이 가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중3의 경우 중간고사 점수를 얻으려면 몇 개월을, 대입 수능이면 몇 년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스트레스-컴퓨터 게임-해소'로 이어지는 습관과 비교하면, 보상에 이르는 길이 너무 멀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은 학생이 공부 습관을 들이는 노상 위에 자잘한 보상 꾸러미를 놓는다. 보상이라고 필기구나 문제집 같은 유형의 선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런 건 아니다. 교사가 주는 최고의 보상은 '피드백'이다. 더그 레모브가 지은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는 정답을 맞힌 학생에게 즉각적으로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치켜세워 주는 것, 틀렸을 경우 "하위 개념을 조금만 보충하면 완벽히 이해하겠다"고 격려하는 것 모두 학생이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꼭 말이 아니어도 좋다. 학생에게 빙그레 웃어 주거나 눈이나 코를 찡끗해 주는 것도 보상이다.

 

교사들은 '옆구리 찌르기' 스킬도 쓴다. 트랙에서 벗어난 학생이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떠드는 학생을 향해 엄한 표정으로 쉿 소리를 내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의 어깨를 살포시 잡아 주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 한 번의 지각이 지각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따끔하게 주의를 줄 수도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수학 문제 하나를 푸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며, 장차 어떤 보상을 가져올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 1%의 의지력을 발휘하면 훗날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 준다.

 

부모도 이런 스킬을 쓸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해야 하는 만큼, 지금은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녀를 그냥 놔두지 말고 무슨 공부를 하는지, 진도는 잘 빼는지, 어려워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체크해야 한다. 20세기 최고 경영자이자 스타벅스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하워드 슐츠는 자신이 성공하는 데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술회한 바 있다. 슐츠의 어머니는 "오늘 밤에는 어떻게 공부할 거니? 내일은 무엇을 할 거니? 시험 준비는 다 했니?"라고 물으며 그의 학업을 독려했다고 한다.

 

9일은 순차적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고3, 중3 학생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학습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 자칫하면 공부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한 시기다. 내 방 침대와 거실 TV, 스마트폰 게임이 좀 쉬다 가라고 계속 유혹할 것이다. 그만큼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강하게 독려하고 자잘하고도 적절한 보상을 계속 제시해야 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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