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남긴 것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05-12
조회수
229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지난 6일 경찰·소방 등 6개 기관 전문가 40명이 화재 현장에서 3차 합동 감식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여러 차례 강력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현장이 상당히 훼손됐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여러 하청업체가 동시에 일을 맡아 작업했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전기·도장·설비·방수 분야의 소규모 하청업체의 일용직, 이주노동자였습니다. 건설업은 보통 ‘발주사-시공사-전문업체(하도급)-무등록 시공팀(재하도급의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서 이윤을 남기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도급’은 어떤 사람이 맡은 일을 다시 다른 사람이 맡게 되는 경우를 말하며 일상적으로 ‘하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규모가 큰 일을 하는 경우 자신의 일을 완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맡겨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계약에 의해 이뤄지며 건설업뿐 아니라 제조업이나 운송업에서도 하도급 또는 하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까지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내려갈수록 공사비용을 최저가로 제시한 곳이 공사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체는 줄어든 계약금 안에서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공사 기간을 줄이려 합니다. 위험한 작업을 무리해서 동시에 진행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작은 업체로 도급이 내려갈수록 상황이 열악해 현장의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시공사 (주)건우의 물류센터 공사 현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6차례나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해 3차례 이상 ‘화재(폭발) 위험 주의’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적정’ 통보를 받아 사고가 난 당일에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노동안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를 단순한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 ‘산업재해’에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855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건설노동자가 42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건설업 분야의 1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을 보면 5년 전에는 영국보다 10배, 2년 전에는 8.8배였습니다.

 

정부는 물류창고 화재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를 숨지게 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형량은 ‘과실치사상 범죄군’에 속해 특별한 가중·감경 사유가 없으면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를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재 사망상해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 1,714건을 보면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피고인 2,932명 가운데 2.93%에 불과했습니다. 그 외 90.72%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앞으로 창고·공장 등에서는 가연성 샌드위치패널 사용도 전면 제한할 방침입니다. 샌드위치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등 보온재를 넣고 압축한 것입니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단열 효과가 양호하지만 화재에는 취약한 문제가 있어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공사 현장의 대형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사고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 처방이 필요합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사고나 일어난 후 처벌만으로는 모든 예방이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줬습니다.

 

사업주 스스로 안전수칙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시공사나 관리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재는 하청업체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아서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거나 제대로 전달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면 관련 법을 지키려는 의지도 약해지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떠넘기기 쉽습니다.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공사 단계와 세부 작업별로 현장 노동자들에게 안전보건 수칙을 알리고 이를 관리자가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게 중요합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 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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