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가면 미래 교육이 보인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6-17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장산업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극장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다. 공짜 티켓을 준다 해도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급하는 6천 원 쿠폰만 있으면 조조영화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극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극장이 아니어도 볼거리가 많아졌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에 가입하면 집에서도 영화나 드라마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비싼 돈 내고 시간 써 가며 집 밖을 나설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이 내 취향대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주니, 더욱 더 극장에 갈 이유가 사라진다. OTT에 맛 들인 사람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해도 극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극장산업이 이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 어려운 이유다.

 

교육도 이와 같다. 학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이전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원격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디지털 교육이 빠르게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선 교사들이 디지털 수업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원격수업 과정에서 방대한 온라인 콘텐츠와 소통 플랫폼, 스마트 기기 같은 신문물(?)을 접했다. 해오던 교수법에서 벗어난 만큼, 어색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새로운 학습 도구에 눈뜨는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향후 디지털 학습 방식이 익숙해질수록 기술 활용도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비대면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디지털 뉴딜'에는 의료, 유통뿐 아니라 교육도 포함된다. 정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교 모든 교실에 무선 와이파이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이 만든 학습 콘텐츠·플랫폼 풀을 만들어 학교가 직접 구매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일련의 작업이 완료되면 학교 수업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플랫폼, 다양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대학은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있다. 대학들은 초중고보다 먼저 원격수업을 시작한 만큼, 디지털 경험이 많다. 게다가 초중고보다 강의식 수업 형태가 많아 비대면, 원격수업에 적합하다. 체육이나 음악, 미술같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과목도 비교적 적다. 또한 대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높은 편이다. 동료나 교사 없이 홀로 컴퓨터 앞에서 장시간 공부해도 집중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거나, 딴짓을 할 확률이 낮다. 대학 부분에서 원격교육이 먼저 활성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강의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미네르바 스쿨’이 대표적인 예다.

 

초중고의 경우 변화의 속도는 느릴지라도 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수용할 것이다. 지금의 원격교육은 시작에 불과하다. 온라인 환경이 구축되고 태블릿 보급이 완료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진다. 수학 개념이나 물리 작용, 인체 작동 원리 같은 지식을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의 교과 과목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가 올라갈 것이다. 일대일 맞춤형 수업도 현실화된다. 미국 일부 주는 벌써부터 아마존 알렉사(Alexa) 같은 AI 음성인식 스피커를 이용 중이다. 학교들은 학생의 질문에 답하거나 수업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 알렉사를 이용하고 있다. 알렉사는 머지않아 학습지도와 성취도 평가까지 담당하고, 자퇴위험이 있는 학생을 미리 가려낼 정도로 진화할 것이다. 미국 교사들은 AI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5월 EdWeek 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 내 학교의 46%가 AI를 이용한 학습이 '약간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12%는 '많이 늘 것'이라고 했다. 37%는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지금보다 줄 것'이라는 의견은 5%에 불과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교사가 AI 학습이 확산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다만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예산이 문제다.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환경이야 정부에서 구축해 준다 해도, 태블릿PC나 VR·AR 기기, 코딩 교구 따위는 학교 자체 예산으로 구매해야 한다. 예산에 따른 교육 격차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3월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그동안 각 학교별로 원격수업을 진행했지만 그 형태나 수준, 학생 참여도는 제각각이었다. 자금이 넉넉한 학교는 애플의 아이패드를 일괄 구매해 안정된 인터넷 환경에서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지만, 쪼들리는 학교는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영유아 기관들은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일부는 교육업체가 짜놓은 커리큘럼과 교보재를 구매하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했지만, 여유가 없던 곳은 교사가 모든 과정을 도맡았다. 이처럼 교육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기에 ‘유전유교(錢有敎), 무전무교(無錢無敎)’라는 불평등한 교육 환경이 조성될 여지가 크다.

 

AI에 대한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I기술이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 일부 지역들은 알렉사나 구글홈 같은 AI음성인식 스피커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알렉사가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저장해 놨다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개인정보 악용 우려가 불식되고 AI학습이 교과 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AI 기술 적용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결국 학교는 변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학생들을 한 공간에 모아 두고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학습 모델은 유효기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던 극장이 다양한 형태의 체험관과 언택트 서비스를 개발하고 콘서트, 야구경기 같은 외부 콘텐츠를 스크린에 띄우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교육 또한 달라질 것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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