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카운슬러가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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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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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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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사회, 경제, 문화 가릴 것 없이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라며 자신만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2050년의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해야만 한다"고 했다. 저자의 말은 평생교육을 자기식의 표현으로 강조한 것이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앞으로 초중고 12년, 대학 4년, 총 16년을 꼬박 공부한 걸로는 평생 먹고살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 하는 승객처럼, 우린 뛰고 또 뛰어야만 한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시대, 학생들은 불안하다. 지금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정보의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 졌다. 정보는 쏟아진다. 옥석을 가릴 능력이 아직 없는 상태라 쓰레기 같은 정보에 정신이 빼앗기거나 시간과 지력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상담교사는 '위기의 학생'들을 도울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에선 카운슬러(Counselors), 즉 상담교사와 관련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학교의 상담 역량을 끌어올려 학생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가 지난 2014년에 시작한 '리치 하이어(Reach Higher)' 캠페인은 이러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상담교사를 육성해 교육격차를 줄이고 진학률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최근 하버드대학이 진행한 연구도 리치 하이어 캠페인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 교육부와 교육과학연구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2008~2017년까지 매사추세츠 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우선 연구는 상담교사 또한 일반 과목교사와 같이 실력이 제각각이란 전제조건을 달고 시작한다. 상담 능력이 탁월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섞여 있다는 말이다. 연구 기간 동안 두 그룹 간의 갭을 좁혀 상담교사 전반의 능력을 높였다. 그랬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 수가 2%P 늘었다. 특히 능력 있는 상담교사는 저성과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많은 진학정보와 카운슬링을 접한 학생들은 상담교사 없이 생활한 동년배보다 3.4%P 더 많이 졸업했다. 진학 성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급 이상의 상담 능력자가 붙었을 경우, 4년제 대학에 1.7% 더 많이 입학했다.
 
학생과 동일한 배경을 지닌 상담교사가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지역 출신, 동일 인종, 동급 학군일수록 상담 효과가 더 좋았다. 가령, 매사추세츠 주 토박이에 하버드대를 졸업한 백인 상담교사가 같은 학교 백인 학생을 담당했을 경우 효과가 배가되는 식이다. 단, 성별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여-여, 남-남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총평을 하자면, '실력 있는' 상담 교사는 학생의 심리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실제 교과 수업과 진학에도 도움을 줬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소위 '사교육'의 힘을 빌리기 어렵다. 내신을 관리하거나 특별 전형으로 진학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연구는 이런 정보 공백을 상담교사가 메워 준다면 저소득층도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상위권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또한 '양보다 질'이란 평가도 나왔다. 보통 학교의 상담 역량을 강화한다 치면 관련 인력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기 쉬우나 연구 결과는 달랐다. 신규 상담교사를 채용하기보다 현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상담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는 평균 250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전문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담이 너무 입시와 진학 위주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고력, 문제해결력, 비판력 같은 인지력(cognitive skills)과 인간성, 살아가는 힘을 뜻하는 비인지력(non-cognitive skills)도 함께 길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교사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지만, 방향은 맞는 듯하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학생을 장애인이나 비영어권 학생과 연결시켜 주는 것 등이 거론됐다. 봉사경험을 통해 일반 교과에서 얻지 못하는 능력을 기르라는 거다.
 
상담교사 한 명이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단순히 심리 상담만이 아니라 진학 상담, 성적 관리, 학습 지도 등 다방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학생의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입증됐다.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도 흥미롭다. 단, 상담교사당 학생 수가 800명, 많게는 1,500명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그대로 벤치마킹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은 한 명당 학생이 평균 250명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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