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가능

작성자 
작성시간
2020-07-20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병무청이 지난 1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35명에 대해 대체복무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두 입영 기피로 기소된 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들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개정 병역법 등이 통과한 후 처음 내려진 결정입니다.
 
이 법안은 병역 종류에 ‘대체역’을 추가하고 교정시설 등 대체복무기관에서 합숙 복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대체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체복무입니다. 이에 따라 35명은 오는 10월부터 대체복무 요원으로 소집돼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현역 복무기간의 두 배인 36개월 동안 합숙생활을 합니다. 이 기간 동안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의 보조 업무를 하게 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신앙이나 신념을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참고로,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법원도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11월, 대법원이 병역거부에 관한 판례를 변경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집총과 병역 의무를 강제하고 형사 처분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고 본질적 위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의 근거가 된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는 ‘하위법의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상의 위헌선언입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면 법적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관련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1776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습니다. 평화주의자인 퀘이커교도가 세운 펜실베니아 주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군사우편 발송 등 비전투적 업무로 대체복무 시켰습니다. 이후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도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법으로 인정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00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는 이번에 도입한 대체복무가 “기간과 장소, 형태 등 징벌적 요소를 담고 있으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징벌적이란 말은 죄를 지은 데 대하여 벌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정부 발표안을 보면 대체 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 기간의 두 배인 36개월이고, 대체복무 장소도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로만 정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만, 덴마크, 스웨덴 등은 대체복무 기간이 군복무 기간과 같고, 그리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은 1.5배 이하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도 1.5배를 넘지 않습니다. 근무 기관도 사회복지·소방·환경·재해 구호 등 공익 목적의 분야에 복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병역 문제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스스로 원해서 군대를 가는 이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대체복무제는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만 해당됩니다. 징병제는 국가가 국민 모두에게 강제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의무 병역 제도입니다. 대한민국은 만 19세가 된 남성에게만 적용됩니다. 본인의 지원에 의한 직업군인들을 모집해 군대를 유지하는 모병제와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종교적 신앙뿐 아니라 다양한 신념을 가진 병역거부자들이 이 제도를 신청해 대체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병역거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특정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일부 종교에 부여되는 특혜라는 오해도 생겨났습니다.
 
오랜 시간 사회와 격리된 채 힘든 군사훈련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군대에 가기 싫어서 거짓 신앙을 가진다, 군대에 가는 이들은 양심이 없다는 말이냐 등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에 따른 대체복무 신청자들은 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습니다. 학창 시절 교사가 기록한 내용도 확인하고, 지인에 대한 대면조사도 실시합니다. 종교 활동을 포함해 신앙에 대한 실체와 진실성을 입증하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주변인의 진술도 필요합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호와의 증인, 평화주의자를 포함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산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18개월 군대 대신 36개월 교정시설 합숙생활을 선택하려는 사람들. 단지 일반 군대가 가기 싫어 개인적 신념을 얘기한다고 보긴 힘들어 보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병역거부 #대체복무
무료체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