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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는 뇌에 영어 실력을 다운로드할 수 있을까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생각만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염력(念力)이라고 부른다. 같은 이름의 영화 <염력>에서 배우 류승룡이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날려 버리는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외화로는 <푸시> <크로니클> <마틸다> 등이 있다. 염력을 주제로 한 영화가 이리도 많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이 능력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손 하나 까닥 안 하고 물건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보름 뒤면 이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뉴럴링크사(社)의 기술력을 통해서다. 뉴럴링크는 지난 2016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 연구 스타트업이다. 지난 5년간 인간의 뇌에 컴퓨터를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15일 후인 28일에 그간의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내용이 언급될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공개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9년 7월 뇌에 칩을 이식받은 쥐와 원숭이가 외부 컴퓨터를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을 미루어 보아 현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을 것이다. 어쩌면 동물 임상 실험에 이어 인간 대상 실험까지 이미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에 컴퓨터를 연결하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각종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키보드나 스마트폰으로 타자를 치거나 마우스를 클릭하지 않아도 검색을 할 수 있고, 이어폰 없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자동차 키를 돌릴 필요 없다. 아니 없어도 된다. 시동 걸겠다는 생각이 차체에 내장된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전송되는 순간 차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집안 전등, TV, 세탁기 등 사물인터넷(IoT)과 연동된 생활 가전도 물리적인 접촉이나 음성 명령 없이 켜고 끌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작동한다'는 말이 문자 그대로 이뤄지는 셈이다.

입력 과정 없이 뇌와 컴퓨터가 다이렉트로 연결된다면 공부도 좀 쉬워지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그럴 것 같다. 정보를 검색할 때 타자 치는 작업이 생략된다면 더 빠르면서도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다. 머지않아 지식 자체를 뇌에 다운로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모피어스와의 대련에 앞서 격투기 스킬을 몇 초 만에 다운로드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소셜 뉴스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누리꾼들은 “뉴럴링크에서 하는 시술을 받으면 공부를 전혀 안 해도 되는지”, “기존 교육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하는 것인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선 앞서 일론 머스크가 약간의 힌트를 줬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앞으로 의사소통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다. 언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영화 <매트릭스>와 흡사할 것이다. 다른 나라 언어를 하고 싶나? 문제없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언제쯤 가능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5~10년 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행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쓸모없게 되는 셈이다.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뉴럴링크사의 실험이 완전히 상용화되면 개인의 소소한 일상은 물론 배우는 방식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산업 구조가 급변하면서 대량 실업 사태와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뇌와 컴퓨터가 직접 연동되면 마우스, 키보드, AI스피커 같은 컴퓨터 인터페이스나 주변 기기 수요가 줄면서 관련 일자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 퇴색되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사업이 인류 구원 프로젝트가 될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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