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사를 뒤집어 놓은 플립 러닝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8-27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같은 온라인 수업이어도 형태는 제각각이다. 교사가 직접 얼굴을 비추고 교실에서 하던 수업을 비슷하게 진행하는 실시간 원격수업, 미리 녹화된 VOD나 EBS 동영상 링크를 카카오 톡으로 보내는 것까지 모두 온라인 수업이다.

어떤 형태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다. 원격수업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만큼, 현장감이 있어서 학생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지만, 변수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하면 수업이 끊길 수 있다. 교사의 진행 역량도 수업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반면, VOD 수업은 누가 하든 어느 정도의 퀼리티를 유지한다. 현장성이 떨어지고 학생이 딴짓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나, 어쨌든 사고가 나는 일은 적다.

최근에는 VOD, 원격수업 따질 것 없이 양쪽을 융합한 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VOD를 켜놓은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답하는 교사도 있다.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VOD 콘텐츠의 질과 교사의 진행 역량, 인터넷 인프라 모두 향상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교육부는 내친김에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기조로 잡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초 "감염병과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교육과정은 블렌디드 러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미리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 이를 예습하고, 수업시간에는 이를 토론하는 형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 장관은 블렌디드 러닝을 얘기했지만, 그 내용만 놓고 보면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을 하자는 것이다. 플립 러닝과 블렌디드 러닝은 흔히 혼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개념이다. 블렌디드 러닝은 학습 진도가 100이라면 1~50은 온라인으로, 나머지 51~100은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플립 러닝은 진도를 나가기보다, 밑으로 파고든다. 학생은 집에서 예습을 하고 학교에선 그걸 가지고 토론이나 과제를 한다. 단순 지식 습득에서 심화 학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도 생긴다고 한다. 21세기 필수역량으로 꼽히는 창의성과 협동심, 문제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플립러닝 시스템 안에선 '가르치는 자'로서의 교사(敎師·teacher)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렇다고 교사직 자체가 사라지거나, 일거리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종합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필요시 옆에서 거드는 헬퍼(helper), 배울 거리를 추천하는 가이드(guide),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용기를 북돋는 코치(coach), 1:1 조언을 해주는 튜터(tutor), 질문을 던지고 독려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학생의 성취도와 성향을 파악하는 옵저버(observer) 등 대강 나열해도 이 정도다.

하지만 교사 일인이 이 많은 역할을 감당하긴 어렵다. 가르치는 일이 몸에 밴 교사에게 당장 하나도 아니고 여러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당분간 가르치는 자로서의 정체성에서 벗어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재교육의 기회도 있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려면 디지털 툴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학습 비중이 커진 만큼, 디지털 콘텐츠나 플랫폼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개별 맞춤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도 필수다. 앞으론 학생을 자처하는 교사만이 달라진 학습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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