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덴마크식 교육의 함정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9-02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0-09-02
조회수
47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재미라는 것은 참 주관적인 감정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재미도 그러하다. 미국에선 빵빵 터지는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여도 국내에 들어와선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그들과 우리의 유머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고 자란 곳에서만 통용되는 '개그 공식' 같은 게 있는 셈이다.
 
어디 국적 간의 차이뿐일까. 같은 한국인이어도 사람에 따라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 다르다. 까칠한 말본새와 유려한 논리로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는 김구라식 개그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맥락 없이 소리만 버럭 내지르는 장동민표 개그에 입꼬리를 올리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무적의 개그는 없다.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개그가 존재하고 그 덕분에 많은 개그맨들이 벌어먹고 산다.
 
그런데 오늘날 학교를 보면 하나의 개그 코드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바로 '놀면서 배운다'는 덴마크식 교육이다. 덴마크 교육 철학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교육 현장에 고스란히 이식되고 있다. 물론 덴마크 교육이 '유의미한' 재미를 이끌어 내는 데는 일가견이 있을 것이다. 덴마크 아이들은 재밌게 놀면서도 배울 건 다 배우고, 행복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재미를 느끼는 코드가 나라마다, 개인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버드 교육대학원 연구소는 레고 파운데이션의 지원을 받아 남아공 학교 3곳과 빌룬드 국제학교를 비교하는 '프로젝트 제로'를 진행했다. 빌룬드 국제학교는 레고사가 지난 2013년 8월에 설립한 놀이 중심의 덴마크 소재 대안학교다. 연구 결과, 빌룬드 학생들이 자기 선택과 경이, 즐거움을 놀이의 지표로 삼은 것과 달리 남아공 학생들은 상호 연결성과 소유, 호기심을 더 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체 정신인 '우분투(ubuntu)'도 핵심 요소로 꼽혔다.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서 공부하는 재미보다 동료들과 유대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컸던 것이다. 학생 스스로 스케줄을 디자인하는 덴마크표 학습 방식인 'playful(장난기 많은; 놀기 좋아하는) learning'을 일반화하면 안 되는 이유다. 남아공 학생들은 혼자 스케줄을 짠다 해도 전혀 ‘플레이풀’ 하지 않을 것이다. 놀이를 통해 배운다는 개념은 보편적일지라도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상대적이란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개인 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적 간의 차이만큼은 아니어도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특히나 같은 문화권 안이어도 나이 차가 크다면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걸음마를 갓 뗀 영아는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재밌지만, 성인은 거기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재밌게 살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치하고 무의미해 보여도 학생들이 재밌어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그들의 유머 코드를 이해하고, 그걸 학습에 접목할 수 있다. 놀면서 배우는 이상(理想)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제로에 참여한 연구원 리네트 솔리스(Lynneth Solis)는 "교육자는 아이들의 놀이에 직접 참여했을 때 그들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노는 아이들이 있다고 치자. 그냥 보기엔 서로 해치려는 의도가 있는 거 같은데, 막상 해보면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아이들과의 놀이는 작은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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