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집단 전염병이 상시 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철새처럼 주기적으로 제2의, 제3의 코로나 사태가 터질 것이란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한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앞으로 더 많은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경제를 새로 조직하고 사람과 만나는 사회생활 그리고 통치 방식까지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또 쳐들어온다니. 상식을 지닌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방어태세를 취할 것이다. 마스크가 쌀 때 박스째로 사둔다든지,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든지 말이다. 외부 침략에 대비한 방벽 쌓기다. 올해 당장 수능을 보지 않는 중고등학생, 나아가 유초등학생의 경우 학교 문이 또 닫힐 것에 대비해 디지털 툴 사용법을 숙지하고, 화상 수업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내가 올해 수능을 안 본다고, 당장 학교 수업이 정상화됐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나 사회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제러미 리프킨이 사회, 경제, 통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학생이 아무리 온라인 수업에 적응한다 해도, 인터넷 인프라와 디지털 학습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학습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 온라인 교육은 걱정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PISA 자료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나라답지 않게 온라인 교육 환경이 매우 취약하다. 지난 7월 3일 OECD가 발간한 보고서(Learning remotely when schools close: How well are students and schools prepared? Insights from PISA)를 보면, 우리나라는 온라인 원격교육 시대에 전혀 대비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PISA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기반을 두었다.
PISA는 지난 2018년 총 79개국(OECD 36개국 포함) 15세 학생 60만 명을 대상으로 "조용히 공부할 만한 장소가 있는지" 물었는데, 우리나라는 85%가 그렇다고 답해 OECD 평균인 90%에 밑돌았다. 카타르, 우루과이, 코스타리카가 우리보다 상위권이다. "집에서 컴퓨터를 쓸 수 있는지" 물었더니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거의 100%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9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전체 순위로 보면 30등 밖으로 밀려났다. 인터넷 접속과 관련한 순위도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40등에 그쳤다. 상위권에는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영국 등이 이름을 올렸다.
PISA는 15세 학생뿐 아니라 이들을 총괄 지도하는 각 학교 교장에게도 설문조사를 했다. 이 결과는 더 처참하다. "교사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있는지" 물었는데 우리나라는 60위에 랭크됐다. 1등은 중국이었고 그 뒤를 아랍 에미리트와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카타르가 이었다.
"디지털 리소스(자료)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선 50% 정도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OECD 평균인 65%를 크게 못 미친다. 싱가포르와 카타르, 중국, 아랍 에미리트는 100%에 육박할 정도로 디지털 리소스가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수업 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가"에 대해선 18%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79개국 통틀어 꼴찌 수준이다. 우리 아래로는 멕시코와 루마니아, 스페인만이 있다. 상위권은 중국,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폴란드, 코스타리카가 차지했다.
"디지털 수업을 지원하는 스텝이 있나"는 질문에는 38%로 68등에 머물렀다. 거의 모든 수업 준비를 교사 혼자 한다는 뜻이다. OECD 평균은 55%로 우리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 그나마 일본이 10%로 전 세계 꼴찌를 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처지다. "효과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엔 6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OECD 평균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상위권에는 싱가포르, 중국, 덴마크, 카타르, 영국 등이 포진했다.
코로나19는 ‘인터넷 강국’이란 화장을 걷어 내고 우리나라 온라인 교육의 초췌한 민낯을 드러냈다. PISA 보고서대로라면 우리는 결코 교육 선진국이 아니다. 아무리 좋게 봐야 중진국 수준이다. 갈 길이 멀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