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것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11-0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월25일 별세했습니다. 이 회장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넘게 병상에서 생활하다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쳤던 만큼 그의 죽음 이후 공과 사를 엇갈려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선구적 투자와 개발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경유착, 불법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등으로 우리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남겼다고 평가받습니다. ‘정경유착’은 원래 정치와 경제가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정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사용합니다.
 
이 회장은 3남으로 태어나 24살인 1966년부터 동양방송‧삼성물산 등에서 10여 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후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사망하고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그는 1993년 6월 독일에서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핵심 경영진 200명을 모은 이 자리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68일간 유럽과 일본의 산업현장을 돌아보는 ‘벤치마킹’ 그랜드투어를 했습니다.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업계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리더십과 과감한 결정으로 성공을 거둡니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주력제품인 디(D)램 반도체의 경우 개발부터 출시까지 경쟁사보다 배 이상 빨라 경쟁자가 모방하기 힘든 방식을 이끌어 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기업 이상의 존재입니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특별합니다. 2019년 삼성전자 매출액은 230조 원입니다. 같은 해 정부 예산인 469조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종합 전자기업으로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의 국외 매출액 규모는 우리나라 수출총액의 20% 안팎에 달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질을 중요시하는 ‘품질 경영’으로 삼성 제품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올랐지만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숱한 탈법‧편법도 한몫을 했습니다.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부터 이어온 정경유착은 ‘삼성 공화국’이란 말까지 만들었습니다.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사회 곳곳에 돈을 앞세워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물의를 일으켰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았습니다.
 
이 회장은 1996년 전두환‧노태우 특검 재판에서 100억 원 상당의 뇌물 공여 사실이 밝혀져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05년엔 이학수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간 대화를 도청한 ‘엑스파일’을 통해 삼성이 돈으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포섭하고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나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어 2007년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불법 비자금과 로비, 차명재산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차명재산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말합니다. 이 회장은 이듬해 ‘삼성 비자금 특검’을 거치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삼성 경영에서 잠시나마 손을 떼야 했습니다.
 
이 회장의 사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이 본격화되자 이 부회장이 소유한 삼성 계열사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는 유가족이 받을 상속 재산과 그에 따른 세금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 회장의 성과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잘한 일’로 ‘잘못한 일’을 덮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고인에 대한 공과 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입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통해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해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이 회장 본인이 공익법인을 통해 변칙 증여를 받았고,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채 부의 대물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를 부패시키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탈법과 일탈을 대물림할 것인지, 아버지의 공과 사를 낱낱이 돌이켜보고 ‘다른 길’을 만들어 나갈지 이재용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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