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 그를 돌아보다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11-19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0-11-19
조회수
192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 봉제공장 재단사로 일하던 22살 청년 전태일은 제 몸을 불사르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가 쓴 탄원서를 보면 당시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2만여 명이 넘는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이었고,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 연령 15세의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시다’는 일하는 사람의 옆에서 그 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을 작업했고 한 달에 이틀을 쉬면서 일주일에 98시간을 일했다”고 나옵니다.
 
지난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았습니다. 열사는 나라를 위해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을 말합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내건 전태일 열사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 인사 최초로 ‘무궁화 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추서는 죽은 뒤에 관등을 올리거나 훈장 따위를 주는 것을 뜻합니다.
 
그가 부당한 노동현실을 고발하며 떠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노동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2015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10.1명입니다. 0.4명인 영국에 비해 20배 이상 높습니다.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산재’는 산업재해의 줄임말로 노동 과정에서 작업 혹은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에게 생긴 신체상의 재해를 말합니다.
 
경력 37년 미싱사이자 서울봉제인지회 부지부장 홍은희씨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 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읽었습니다. 전태일 열사처럼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봉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홍씨는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사장은 우리더러 ‘객공이 무슨 근로계약서냐’고 개인사업자를 내라면서 외면한다”며 “16살 때부터 뼈가 휘도록 일했지만, 퇴직금과 산재보험 신청은 언감생심이다. 37년 경력의 미싱사가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기 위해 하루 14시간 노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각 분야에서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그를 잊지 않고 추모하기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홍씨처럼 지금도 여전한, ‘오늘날의 전태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싣거나 추모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서울 도봉구는 전태일 열사의 옛 집터 근처인 쌍문동 한양2~5차아파트와 삼익세라믹아파트 단지 사잇길 도로를 ‘전태일길’로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때 이 동네 판잣집에서 살았습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 열사가 태어나 살았던 작은 목조주택을 ‘전태일 기념관’으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전태일 평전>은 인권변호사였던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책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을 읽고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투쟁 과정에서 생긴 고민과 방황 등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50주기를 추모하고 한국 사회의 노동 실태를 조명한다는 취지를 담은 <전태일 50> 신문도 발행됐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 받아 컬러판 16면으로 제작된 신문은 각계 인사들이 노동 현장에서 접한 이야기들, 전태일 열사에 관한 추억,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활동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꾸려졌습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은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스튜디오 루머, 전태일 재단과 손잡고 만들 애니메이션은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다룬 내용으로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근로기준법 밖에서 기계처럼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전태일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오늘의 우리 현실 속에서 다시 그와 손잡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열린 ‘제50주기 전태일 추도식’에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한 말입니다. 그는 이어서 “50년 전 오늘 스스로 불의와 불평등의 억압사회를 태우는 불꽃이 된 전태일 동지의 마지막 외침은 ‘인간선언’이었다”며 “전태일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불평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혹사당하는 노동자,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보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한 발짝 함께 내디디려는 마음이 어떤 건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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