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이탈 못 막는 무크의 딜레마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11-26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주식 초보들은 증권 계좌를 개설하기 전부터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고민만 한다. 주변에 주식 좀 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추천 좀 해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래를 다녀오지 않은 이상 무엇 무엇을 사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투자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소액이라도 관심 있는 것을 사보라고 조언한다. 얼마라도 내 돈이 들어가면 관심이 생기고, 주식 종목을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뭐든 내 돈이 걸려야 관심이 가고, 재미가 붙고, 또 실력이 쌓이는 법이다.

공부도 예외가 아니다. 복잡한 심리학 지식을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본전 심리'다. 내 돈 주고 산 온라인 강의여야 집중이 더 잘 된다. 유튜브에 널려 있는 공짜 강연은 보다가 질리면 꺼도 그만이다. 반대로 단돈 만 원이라도 내 돈 주고 산 콘텐츠는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끝까지 보려고 한다. 이런 면에서 '돈 쓴 만큼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온라인공개강좌인 '무크(MOOC)'를 봐도 그렇다. 무크는 예일대와 듀크대, 미시간대, 구글, IBM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수천 달러에 달하는 등록금 없이도 주옥같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런데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간 사람은 극소수다. 수백만의 무크 유저들 중 단 4%만이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무크가 고가의 대학 강의를 무료로 개방한 이유는 '교육의 민주화'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만 되면 빈부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러한 선의의 결과가 4%라는 초라한 수치라니. 무크 담당자들은 돈이 가야 마음도 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무크는 학생을 책상 앞에 끌어 앉혔지만 집중력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

무크는 최근에야 전략을 바꿨다.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일 년 구독료는 399달러로 책정했고 10시간짜리 단기 코스는 49달러를 받기로 했다. 현재 무크에는 4,500여 개의 유료 코스가 있다.

하지만 유료화로는 부족했다. 무료냐 유료냐를 떠나서 교감할 수 없다는 단점은 여전했다. 무크는 여느 온라인 강의와 마찬가지로 홈스쿨링이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혼자 공부한다. 오프라인 수업처럼 누가 지켜보고 있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물론 무크에도 평가 시스템이 있고 결과에 따라 학위도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탈하는 학생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네모반듯한 교실과 피와 살을 지닌 교사의 역할이 새삼 부각됐다.

그렇다고 무크가 교사를 채용할 수는 없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강의 이용료가 높아지면 교육 민주화라는 목표도 무색해진다. 무크는 이러한 딜레마를 기술로 극복하려 했다. 지난 2018년 온라인 강의에 교사 봇인 보티(botty)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교사를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티 이용률은 첫째 주에만 높았고 그 이후로는 급감했다. 학생들은 보티와 교감하기보다 트위터 같은 SNS를 더 선호했다. 교육 민주화와 지속가능한 학습은 물과 기름 같은 것일까. 무크의 온라인 교육의 혁명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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