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수 없는 소프트스킬 어떻게 키울까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12-2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상대는 방금 막 잡아 탄 택시 운전기사나 오늘 처음 전화를 건 AS서비스 센터 직원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그 순간의 불편함만 참고 넘기면 그만이다. 문제는 계속 봐야 할 사람과의 불통이다. 날 낳아 준 부모, 밤마다 봐야 하는 배우자, 직장 바로 윗 기수 선배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같은 한국인이 똑같은 말을 쓰는데도 소통이 안 되는 걸 보면 언어가 불통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대와 가치관이 너무 다르거나 지식수준이 크게 차이가 날 때, 한쪽이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남의 얘기를 듣지 않을 때 대화가 안 된다. 나고 자란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가 달라도 그렇다. 같은 한글을 쓰는 평양 사람과 서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소통의 비결을 딱 하나로 간추릴 수는 없겠지만, 전문가들은 '공감 능력'을 우선으로 꼽는다.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은 한층 높아진다. 앞서 찰스 다윈과 폴 에크먼은 공감 능력을 두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우리를 다른 사람과 연결해 주는 보편적 언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영어가 아닌 공감 능력을 키울 일이다.

 

공감능력은 최근 '소프트스킬(soft skill)'로 언급되며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소프트스킬은 업무적인 능력 또는 전문 지식인 하드스킬(hard skill)과 비교되는 개념으로 상호 작용 역량 또는 삶의 태도를 포괄한다. 리더십,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감정 조절 능력, 회복 탄성력 등도 소프트스킬로 취급한다.

 

기업들은 소프트스킬을 21C 생존 경쟁의 필수 요소로 본다. 자신과 타인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기업 내부 결속은 물론이고 대외 실적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암기왕보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에게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캐리어빌더 조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의 75%가 채용 시 IQ보다 EQ를 중시한다고 답했다. 기업이 1달러를 웰리스(wellness) 프로그램에 쓸 때 3.37달러의 헬스케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컴퓨터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도 소프트스킬의 특징이다. 지식 축적과 분석은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나 인간과의 상호작용, 즉 공감 능력은 아직까지 인간만의 전유물이다. 리더십,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같은 다른 소프트스킬도 마찬가지로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 소위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무엇보다 소프트스킬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소프트스킬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시간표에 '공감' 과목을 집어넣는 학교는 찾기 어렵다. 이는 학교들이 트렌드에 둔감해서가 아니라 소프트스킬의 특성 때문이다. 소프트스킬은 국영수 같은 학문과 달라서 내용을 암기하거나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얻기 힘들다. 공감, 리더십의 정의와 실 사례를 달달 암기한다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무리를 이끄는 지도력을 금세 발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소프트스킬은 여러 학문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체화할 수 있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기존 과목을 가르치는 동시에 소프트스킬도 키울 수 있다. 접근법을 바꾸면 수학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소프트스킬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틀린 답을 말해도 용인해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 생각을 나눌 만한 장소와 시간,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 등은 교사가 소프트스킬을 배양할 좋은 토양이다. 말이 통하는 인재, AI 시대를 이끌어 갈 감성인재 탄생이 교사의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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