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찾는 학습 서비스,
홈런 중등팀이 고민한 것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TV를 바보상자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자기 생각이 없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혼자 웃고 우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부모가 자신들은 연속극을 챙겨 보면서도 자녀의 TV 시청은 아예 금지하거나 시청 시간을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TV는 유흥의 도구일 뿐 학습에는 부적합할뿐더러 오히려 해를 입힌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자극적인 콘텐츠나 상업광고가 우리의 시간과 돈, 주의력을 빼앗는 건 여전하지만, 그 이상으로 유익한 방송이 많아졌다. 특히 학습 콘텐츠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 통신3사는 IP TV를 통해 영유아 교육 채널과 프로그램을 쏟아 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손바닥만 한 휴대폰 화면으로 혼자 유튜브를 볼 바에야 TV 프로를 함께 보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듯하다.
미국은 TV가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온라인 교육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 공백을 막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선진국임에도 인터넷 보급률이 떨어진다. 쌍방향 원격수업은커녕 영상 강의 전달도 안 되는 가정이 많다. 커먼 센스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한 학생 수는 1,500만~1,600만 명이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빈곤층 자녀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온라인 원격수업에도 접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교사들이 TV에 나오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초 각 지역 교사들은 각 방송국의 전파를 타고 아이들을 만났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지난 3월부터 뜻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돼 주었다. 뉴욕 공립학교 교사들은 PBS의 '렛츠런 NYC!'에 출연해 3~8세 아이들을 상대로 수학과 과학, 음악, 무용 등을 1시간 동안 가르쳤다. 이 방송은 일부 학교의 정식 수업 시간이나 방과 후, 주말에 방영됐다.
민영 방송인 폭스 방송도 PBS의 뜻을 이어받았다.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증 주요 도시에서 각 지역 교사들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 위 스킬 왓치(We Still Teach)를 만들어 송출했다. 상업광고나 이용료 없이 모두 무료로 제공했다. 폭스 교육 방송은 제법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시카고에선 평균 5만 가정, 휴스턴에선 평균 3만 7,000 가정이 시청할 정도였다.
TV를 교육 플랫폼으로 이용한 미국의 사례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학습 격차를 해소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태블릿을 보급하고 인터넷 인프라는 확대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디지털 격차가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매체를 찾았다. 그 결과 방치됐던 아이들에게 일말의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TV란 미디어의 재발견이다. PC와 태블릿,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온라인 시대에도 올드미디어인 TV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했다. 물론 인터넷 보급이 완료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지만, TV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질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이란 생각이 든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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