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막아야 한다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1-01-13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1-01-13
조회수
153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폭설 때 음식 주문접수를 멈춰 달라.” 지난 6일 맹추위 속에 전국에 많은 눈이 쏟아졌습니다. 배달 노동자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저녁 주문중개 플랫폼 업체 등에 성명을 냈습니다. 빙판길에 폭설을 맞으며 음식배달에 나섰다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됐던 라이더들의 호소였습니다.
이날 음식 배달대행 서비스 플랫폼 가운데 ‘쿠팡이츠’가 서울 전 지역 서비스를 중단했고, ‘배달의 민족’은 거리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일부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배달기사들과 직접 위탁계약을 맺지 않는 일반 배달대행업체들은 지사장(사업주)의 판단에 따라 배달 여부가 달랐습니다.
 
택배사업은 1962년 현 씨제이대한통운인 ‘한국미창’을 시작으로 현재 생활 물류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연간 택배 물량은 27억9천만 개로 국민 1인당 연 53.8회를 이용한 셈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택배 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와 혹독한 노동 환경이 있습니다. 지난해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에서 일하지만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실질적 지위를 보호, 개선하기 위해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법입니다. 근로계약, 임금, 근로 시간과 휴식, 안전과 보건 등의 세부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독자적인 사무실이나 가게, 작업장이 없고 사업주와 계약을 맺어 종속돼 있지만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고객에게 제공하고 일한 만큼 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는 이들을 말합니다. 택배 기사 외에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이 해당합니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임금 밤샘 분류작업, 심야 및 새벽 배송 등 당일 배송, 총알배송 및 로켓배송 등으로 인한 혹독한 노동 강도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씨제이‧롯데‧한진‧로젠 등 4개 택배사와 계약해 일하는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한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루 노동 시간을 묻는 질문에 명절 등 물량이 늘어나는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비중이 41.6%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로 ‘12~14시간’, ‘10~12시간 일한다’는 답변이 뒤따랐습니다. 90%가 넘는 이들이 1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일주일 노동 일수를 기준으로 보면, ‘주 6일 일한다’는 답변이 성수기에는 84.9%, 비성수기는 95.2%였습니다. 성수기에 배송물량이 급증했을 때도 야간업무 등을 통해 본인이 모두 배송한다고 답한 이가 전체의 77.7%나 차지했습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물건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해 노동 시간은 길어지고 다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주 52시간제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던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제한과 산재보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내용의 대부분이 강제성이 없고 심야배송 제한 ‘권고’와 주5일제 근무 확산 ‘유도’ 등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을 실제 단축하려면 인력 충원이나 설비 자동화 등을 먼저 갖춰야 하는데 이를 부담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당장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작업체계 조정 시스템 등을 갖추지 않을 경우 택배전용차를 늘리는 것을 규제하는 식의 관리는 하겠지만, 100% 강제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간 기업에게 대책을 무조건 실행하라고 강요하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배달시장은 급격히 커져 지난해 1~9월까지 누적 시장 규모는 그 직전 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 기업은 ‘라이더’ 구인난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일감이 몰리자 배달 노동자의 업무는 더욱 과중해졌습니다. 지난 연말 숨진 롯데택배의 30대 노동자는 하루 270~280개 물량을 배송했으며 물건을 쌓아 놓는 터미널에 택배 분류 인력이 없어 직접 분류 작업까지 한 후 배달을 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는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그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되면 주 최대 52시간인 노동시간 상한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 노동자, 사업자, 정부 관계자 참여로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대책협의회가 꾸려졌습니다. 배달 노동자의 잇따른 사망을 막기 위해 이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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