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교사를 늘리는 이유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1-01-1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인터넷 인프라만 있으면, 교사 일인이 무한대의 학생을 상대할 수 있어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대일 과외보다는 소그룹이, 소그룹보다는 집체교육 비용이 낮은 것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다. 교사의 동영상 강의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유튜브나 각종 웹사이트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학생 혹은 수년 뒤의 학생에게 전달됐다. 연 매출 1억도 안 되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교육의 민주화'를 호기롭게 표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교육의 다른 면이 드러났다. 같은 온라인 교육이어도 쌍방향 원격 수업은 예외라는 점이다. 쌍방향 수업은 현장성을 얻은 대가로 영원성을 잃었다. 서두에서 '장점이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쌍방향 수업은 무한 복제가 어렵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학생만을 가르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선 한 번 하면 끝나는 오프라인 수업과 똑같은 셈이다.
 
그럼에도 쌍방향 수업을 하는 이유는 참석한 학생들에 한해선 교육 효과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 혁신하면 거론되는 '미네르바스쿨'도 실시간 소그룹 수업을 지향한다. 모든 원격 수업을 실시간 토론으로 진행하면서 그룹당 학생 수를 스무 명 이하로 유지한다. 소수가 참여하는 만큼 수업 집중도가 높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자기주도 학습 습관이나 대화 매너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저학년은 성인들보다 교사당 인원이 더 적다. 유초등 학생을 상대하는 국내 유명 민간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5명을 넘지 않는다. 학생을 더 모집하면 회사의 수익도 커지겠지만 소수 정예만을 고집한다. 학생 수가 많으면 학생이 질문을 하거나 교사가 피드백 할 여지가 사라져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연령이나 학습 태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찌 됐든 교사당 학생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질이 결정된다.
 
교사당 학생 수를 줄인다는 것은 교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공교육의 경우 교사 증원은 예산 확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과 교사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문자 그대로의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영국은 온라인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교사 노조와의 대화에서 교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역 강화, 교사당 학생 수 감축, 교사 증원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이 일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홈스쿨링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핀셋 지원'보다 공교육 전반의 온라인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영국은 진작에 교원을 충원하게 위해 예산을 투입했다. 영국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인력난에 허덕이는 학교들을 지원하는 데 26억 파운드(3조 8,927억 원)를 썼다. 올해는 22억 파운드(3조 2,938억 원)가 추가로 집행될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 학교에 투입되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덕분에 학교들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정교사 결손을 메꾸고 시간제 교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협력 교사를 모든 공립 초등학교와 공·사립 중학교에 배치하기로 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시대'를 만들겠다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뜻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조 교육감은 "물리적 거리두기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필수"라고 강조해 왔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급하게 뽑은 협력 교사를 피 터지는 교육 최전선에 바로 투입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이들이 업무에 적응하는 것을 돕느라 기존 교사의 업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하지만 교사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일 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의 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떠나서 오프라인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다. 중장기적으로 정교사 수를 늘리는 쪽으로 가야겠지만, 임시직인 협력 교사에 기본적인 업무를 맡기고 기존 교사는 전반적인 수업 방향과 질을 높이는 쪽으로 업무 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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