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천재, 너는 둔재” 얼굴만 봐도 안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10-22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독심술은 상상 속의 능력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 ‘몸의 언어’인 바디랭귀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가령 심리가 불안한 사람은 코를 만지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긴장하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코끝의 신경조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대배심 증언에서 1분 동안 평균 26번이나 코를 만졌다고 한다. 눈의 크기도 본심을 나타낸다. 우리의 동공은 매력적인 이성을 발견했을 때 평상시보다 두 배나 커진다. 상대를 파악하고 싶다면 말보다는 눈이나 코를 관찰할 일이다.


기업들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 고객의 표정을 관찰해 생각이나 감정을 알게 되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예전에는 영업직원이 고객의 표정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며 얼굴인식 작업이 자동화되는 추세다. AI 얼굴인식은 사람의 관심과 흥미가 제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는 산업군에서 급성장 중이다. AI는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흥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치매 노인의 감정을 읽어 내는 AI간병인, 거짓말을 잡아내는 AI면접관도 등장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단연 앞선다. ‘감시천국’(?)답게 촘촘한 얼굴인식 망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엔 9,000만 명에 이르는 공산당원이 사회 전반을 감시했다면, 지금은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톈왕은 단순한 CCTV가 아니다. 약 2억 대의 CCTV는 AI,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돼 범죄 용의자를 순식간에 가려 낸다. 한번 찍히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작년 5월 5만 명이 몰린 콘서트 현장에서 경제 범죄 수배범을 검거한 사례도 있다.


중국 CCTV에 성역은 없다.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유초등 기관부터 대학교까지 CCTV가 들어간다.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 얼굴이 찍히기 때문에 대리출석은 꿈도 못 꾼다. 교사가 이름을 호명하면 학생 한 명이 여러 명의 목소리를 내며 출석체크를 대신 해주는 식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얼굴 식별을 넘어 감정과 생각까지 읽어 낼 정도로 진화해, 학습 지도에도 쓰인다. 교실에 설치된 AI 카메라는 학생의 표정과 자세를 보고 집중하고 있는 학생과 멍하게 있는 학생을 구분한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교사에게 전송된다. 학생이 좋아하는 과목, 이해 못하는 개념도 표정을 통해 파악이 가능해 교사가 맞춤 대응을 할 수 있다. 누가 ‘될성부를 떡잎’인지도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구글차이나 사장을 역임한 리카이푸 중국 시노베이션벤처스(촹신궁창) 회장은 “AI 시스템으로 누가 천재인지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CCTV는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외지역 학교에서 환영받고 있다. 원격 수업으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CCTV가 교육 효율화와 맞춤형 학습의 도구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학생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오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높다. 이에 중국 정부는 최근 학교 내 얼굴인식 시스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 BBC는 “China to curb facial recognition and apps in schools” 기사에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정보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CTV가 감시와 통제의 수단을 넘어 디지털 교육 혁신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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