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00만 입시생의 ‘의자 뺏기’ 게임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10-30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200명 정원인 학교에 100명이 모인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다. 늦게 가도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서 앉을 수 있다. 문제는 정원을 넘어선 인원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 발생한다. 이때부터는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려는 ‘의자 뺏기’ 게임이 시작되고, 어김없이 낙오자가 발생한다. 낙오자가 많아질수록, 그 학교의 명성이 올라갈수록 상실감은 커지고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싹튼다. 중국 입시 제도가 직면한 문제다.


사실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다. 기준을 하나만 정해 놓고 엄격하게 운영하면 된다. 같은 날, 같은 시험을 보게 한 뒤 1등은 명문대, 꼴등은 그 밖의 대학에 들어가게 하면 토를 달기 어렵다. 시험지를 미리 빼돌리거나 커닝을 하는 등의 비리만 방지하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수능 ‘가오카오’(高考)가 그 대표적인 예로 통했다. 매해 6월 이 시험 한 번으로 1,000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대학 간판이 결정돼 왔다.


문제는 공정성에 집착하다 ‘붕어빵 인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험 하나만 잘 보면, 인생 핀다”는 인식이 확산되다 보니, 유치원 때부터 가오카오를 준비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의 관심사나 재능은 뒷전으로 밀렸다. 중국 정부가 2014년 가오카오 개혁을 선포하고, 입시 전형을 늘려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처럼 수시나 입학사정관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험을 뚝딱뚝딱 잘 푸는 학생보다 문제 앞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줄 아는 ‘실전형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Independent Freshman Admission Program’(IFAP)을 꼽을 수 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을 관련 대학 학과로 입학시켜 주는 제도다. 가오카오 점수는 입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실력만 증명하면 된다. 국내 공모전에서 1등을 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IFAP로 대학에 갈 자격이 주어진다. 특허를 내거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학생도 입학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가 ‘금수저 전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온라인매체 ‘Sixth Tone’은 “Independent Admissions and the Challenge of Gaokao Reform”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 IFAP로 입학한 학생 대부분이 도시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을 주고 학술지에 글을 올렸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시험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필수과목인 국영수를 가오카오로 평가하고, 나머지 3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고르고, 거기서 얻은 점수를 내면 입시에 반영하는 식이다. 시험 한 번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학생들이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 몰리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적성과 흥미보다 시험 점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에듀테크(Edutech) 또한 가오카오 위주의 입시제도에서 자유롭지 않다. 명문대학, 높은 점수에 목을 매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온라인 교육업체 이쉐교육(Yixue Education)이 가오카오 준비를 돕는 인공지능(AI) 로봇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로봇은 일반 교사보다 가오카오 점수 향상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와는 별개로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중국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과 달리 개별 학생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지향하고 있다.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디지털 인프라 망에 힘입어 공교육에도 서서히 접목되는 추세다. 에듀테크는 기존 입시 제도에 편승하면서도, 개별 학생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학습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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