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급변하는 세상... AI대학원 개원 열풍

작성자 
전지연 기자
작성시간
2019-11-27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대화하면서 웃고 있는 남자. 출처: 영화 <그녀>(her)


“나는 당신을 포함해 약 8000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그중 600명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영화 <그녀>(her)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여자 친구 사만다가 이런 고백을 하자 당황한다. 사실 사만다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다. 남자도 처음에는 사만다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을 알아차리는 센스 있는 사만다에게 점점 빠져든다. 영화는 육체만 없을 뿐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AI를 보여 준다.

이제 AI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AI가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다. AI 음성비서서비스, AI 기반 학습서비스, AI가 만드는 뉴스와 동영상 등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다수 대학이 AI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나섰다. 정부는 AI 우수 인재가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AI대학원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선정된 대학에 매년 20억 원을 지원한다.

과기정통부는 AI대학원 지원 사업에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선정했다. KAIST, 고려대, 성균관대는 올해 가을학기에 문을 열었다. 포스텍과 GIST는 내년에 개원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추가로 대학을 더 선정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최근 독자적으로 AI대학원을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AI대학원은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연다. 연세대는 AI 교육·연구에 투자하기 위해 100억 원을 확보했다. AI 연구를 위한 서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학사 과정에서도 전체 학생이 AI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강의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서울대 AI대학원은 올해 3월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으로 개원한다. 석사 경쟁률은 6 대 1을 넘어섰다. 중앙대도 올해 AI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한다. AI대학원을 위한 신임 교원을 채용하고 있다. 서강대는 올해 3월 컴퓨터공학과 내에 AI 석사과정을 신설하는 형태로 고급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현재 AI대학원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AI대학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이렇게 AI인재 육성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AI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8~2022년 5년 동안 국내 AI 분야의 대학원 이상 고급 인력 부족 규모가 7268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AI 인력을 뽑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연구개발을 할 연구자를 충원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요는 많고, 전문가는 적은 만큼 AI연구진의 몸값은 상상 이상이다. 대학 관계자는 “AI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우수 교수 연구진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라며 “대학 교수 연봉으로는 AI연구자들이 원하는 연봉을 맞춰 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I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AI대학원들의 평균 경쟁률은 5대 1을 훌쩍 넘는다. AI대학원을 졸업하면 취업이 쉬울 뿐 아니라, 높은 연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주요 대학이 AI 전문가 육성에 나서면서 산업계가 겪는 AI 인력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원당 정원이 수십 명에 이르기 때문에 정부가 선정했거나 독자 개원한 곳을 포함하면 수년 내 수백 명의 AI 고급 인력이 배출된다.



전지연 기자 | now21@etnews.com

전자신문에서 교육 기사를 쓴다. 요즘 핫한 AI 전공 소식을 힙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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