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포장의 비밀, 수학에 있다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19-12-26

출처: 픽사베이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연시가 되면 크리스마스, 송년회, 신년회 등 각종 이벤트가 많아진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은 1년 중 가장 선물을 동시에 많이 주고받는 날 중 하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쓰레기 배출량이 500톤 증가하며, 이 중 포장 쓰레기의 비중이 5분의 4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환경을 위해서는 포장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꼭 사용해야 한다면 낭비되는 부분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최적 포장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선물 포장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수학에 있다.


대학원생이 찾은 선물 포장지 공식

먼저 가장 기본적인 박스 형태의 선물부터 시작하자. 선물 상자 하면 흔히 떠올리는 박스 모양의 선물을 포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 면적을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A=2(ab+ac+bc+c2)


A는 필요한 포장지의 면적, a, b, c는 각각 상자의 가로, 세로, 높이이며 가장 긴 변을 a, 가장 짧은 변을 c로 둔다. 이 공식은 포장지의 가로 길이를 2(b+c), 세로 길이를 (a+c)로 뒀을 때 두 변수를 곱한 것이다. 가로 a, 세로 b, 높이 c의 상자의 전개도를 그려서 생각하면 공식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상자를 완전히 감싸려면 가로는 b와 c로 이뤄진 둘레의 길이와 같아야 하므로 2(b+c)이고 세로 길이는 (a+c)이기 때문이다.


이 공식을 발표한 것은 2007년, 당시 영국 레스터대학교 응용수학과 대학원생이었던 워릭 듀마였다. 듀마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초에 포장용지를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으로 해당 공식을 제시했다.


실제 계산과정에 필요한 연산이 덧셈, 곱셈 정도이므로 사칙연산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 이번 연말연시 선물을 포장할 때는 듀마의 공식으로 포장지를 잘라 보길 추천한다. 계산 값인 A는 여분이 전혀 없는 정확한 최소 면적이므로 벌어지는 부분을 생각해 1~2cm 정도 살짝 여유를 두면 좋다.


출처: 픽사베이


구형 선물 포장에는 소시지 추측

다음은 구형 선물을 포장하는 경우다. 상자에 들어 있지 않은 낱개로 된 구형 내용물들을 한 번에 감싸 포장하는 최적의 방법은 수학자들이 오래 고심해 온 어려운 문제다. 원형이나 구형을 포장하는 배열 방법에는 크게 중심을 기준으로 빽빽이 배열하는 ‘벌집 모양’과 차례로 길게 나열해서 묶는 ‘소시지 모양’이 있고 몇 차원 공간에서인가에 따라 최적 배열 방법이 달라진다. 고차원으로 올라가기 전에 쉽게 상상할 수 있는 2차원과 3차원을 살펴보자.


2차원에서 동그란 원을 끈으로 둘러 포장한다고 할 때 끈으로 감싼 면적이 최소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원을 배열하는 것이 좋을까? 답은 원의 개수에 따라 달라지며, 원이 6개일 때까지는 소시지 모양으로 나열해서 포장하는 것이, 7개부터는 중심을 기준으로 뭉쳐서 배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 차원 높여 3차원 공간에서 가면 구형 사탕 여러 개를 포장했을 때 그 부피가 최소가 되도록 하는 배열은 56개까지는 소시지 모양이, 57개부터는 벌집 모양이다.


문제는 4차원 이상의 고차원이다. 3차원까지는 정확한 경계 개수와 최적의 배열 방법이 밝혀졌지만 4차원 이상에서는 어떻게 될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가 ‘소시지 추측’인데, 이는 1975년 헝가리 수학자 토트 라슬로 페예시가 발표한 것으로 토트는 5차원 이상부터는 개수에 상관없이 항상 소시지 모양이 최소 부피를 차지하는 포장법일 거라고 예측했다.


소시지 추측이 발표된 뒤 40여 년 동안 여러 수학자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으나 아직 풀리지 않았다. 다만 4차원의 경우 구가 5만 개 이하일 때는 소시지 모양이, 10만 개 이상일 때는 벌집 모양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부분 증명됐다. 5만 개와 10만 개 사이 어디가 경계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소시지 추측이 증명되면 5차원 이상에서는 항상 소시지 모양이 최적의 포장법이므로 경계 수를 찾을 필요가 없다. 반면 추측이 틀린 것으로 증명되면 차원마다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것이다. 산타가 선물 대신 답을 물어 와 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는 이 문제가 좀 더 수학자들을 괴롭힐 것 같다.


최적의 포장, 최대의 기쁨

이처럼 수학은 조건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답을 찾는 좋은 도구다. 연말연시의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기 위해 불필요한 포장지를 과소비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는 3차원에 살고 있으므로 소시지 추측 역시 쉽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으니 선물 상자나 디저트를 포장할 때 위 방법들을 써 보는 건 어떨까? 최소의 포장지로 최대의 만족도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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