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맹점과 수학적 해결책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20-04-16

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과, 처음으로 만 18세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선거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특별했다. 나라의 일꾼을 뽑는 자리인 만큼 선거는 당연히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선거, 정말 공정할까?

 

모두를 위한 선거는 없다!

선거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쓰는 방법은 ‘다수대표제’다. 다수대표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당선자로 정하는 선거제도이다. 직관적이고 유권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순 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만 많아도 승리하므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유권자가 100명이고 후보가 4명일 때 득표수가 차례로 A후보 30표, B후보 29표, C후보 21표, D후보 20표라면 A후보가 당선될 때 B후보와 고작 한 표 차이인데다 A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70명이나 된다. 해당 선거구의 70%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다득표자가 반수를 넘겨 당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다수대표제는 언제나 그 합리성에 대해 도마에 오른다.

 

그 외에 후보에 순위를 매겨 두 후보씩 각각 비교한 뒤 어떤 후보와 비교해도 항상 우위에 있는 후보를 당선자로 정하는 ‘쌍쌍비교법’,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보르다가 창안했으며 유권자가 매긴 선호 순위에 저수를 매기는 방식인 ‘보르다 투표제’, 일정 득표율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때 득표 상위 후보 몇 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는 ‘결선투표제’ 등이 있지만, 모두 특정 문제점이 뒤따른다.

 

그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거나, 좀 더 합리적인 선거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투표자들에게 세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대안이 제시될 때 어떤 투표 제도도 공동체의 일관된 선호순위를 찾을 수 없다는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를 발표했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에 따르면 어떤 투표 제도를 선택해도 다음의 세 가지 ‘공정성’ 기준을 만족할 수 없다.

 

- 만약 모든 유권자들이 A안에 비해 B안을 선호한다면, 이 공동체는 A보다 B안을 선호한다.

- 만약 A와 B안에 대한 모든 유권자의 선호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A와 B안에 대한 공동체의 선호도 변하지 않는다.

- 투표를 좌지우지하는 독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로는 이 기준을 만족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전한’ 선거방법은 없다.

 

불공정 선거의 대표 사례, 게리맨더링을 막아라

수학적으로 완전히 합리적인 선거법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비극적 소식이지만, 그렇다고 보다 합리적인 선거법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선거 제도에 여러 맹점이 있기 때문에 이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리맨더링’이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확정 짓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전설 속 괴물인 ‘샐리맨더’를 닮아 게리의 이름과 합쳐 ‘게리맨더’라고 불렀고, 이후 이러한 행위를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게 됐다.


샐리맨더 모습의 선거구 (출처: 위키미디어)


게리맨더링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였으나 이 역시 완벽히 공정한 지역구 분할 방법이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2017년 미국에서 게리맨더링이 정확히 어떤 현상이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해 수학적으로 정량화하고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수학자들을 모았다. 그 결과 ‘효율성 격차’라는 지표가 클수록 게리맨더링이 심한 분할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효율성 격차는 각 정당이 낭비한 표수의 차이를 전체 유권자로 나눈 지표로, 한 정당의 낭비한 표수를 늘이고 다른 정당의 낭비한 표수를 낮출수록 높아진다. 예를 들어 A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100명, B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100명이 살고 있는 지역을 4개의 지역구로 나눈다고 하자. 승리하려면 최소 반수 이상 득표해야 한다.

 

 

구역1

구역2

구역3

구역4

A정당 지지자

30

30

30

10

B정당 지지자들

20

20

20

40

 

만약 위와 같이 지역구를 나눴다면 A 정당은 3개 구역에서 이기고 1개 구역에서 진다. 이때 A는 낭비한 표가 총 25표(5+5+5+10), B는 총 75표(20+20+20+15)이다. 각각 낭비한 표 차이를 전체 유권자 수로 나누면 50/200=0.25%이고, 효율성 격차는 25%가 된다. 각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수가 똑같았음에도 구역을 어떻게 나눴느냐에 따라 A정당이 압도적으로 이기는 결과를 낸 것이다. 효율성 격차가 커질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물론 효율성 격차 지표 하나만으로 선거구를 이상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그러나 게리맨더링을 정량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예방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보다 공정하고 보다 합리적인 선거 제도가 개발돼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을 투명하게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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