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내다본 2020년 교육 화두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1-02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2월 초, 세계교육포럼이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렸다. 세계 교육과 관련한 핵심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학교를 구성하는 교사와 학생, 비즈니스 리더까지 총 300명이 모여 머리를 맞댄 결과, 5가지 핵심 과제가 추려졌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이를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하며 “세계화, 디지털화에 발맞춰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요악한 내년도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Putting learners at the centre (학습자 중심 수업)

2. The power of peer learning (타 학교 벤치마킹)

3. Making change happen (실질적인 변화 일으키기)

4. Making school everybody’s business (열린 학교 만들기)

5. Tackling the gateways (평가방식 개선하기)


우선 ‘학습자 중심’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교사보다 배우는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항해에 비유된다. 교사는 선장이 아니라 키를 잡은 학생의 ‘조력자’(helper)다. 학생이 세상이란 바다를 향해 나아갈 때 항해에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고 나침반을 얻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정규과목 지식을 전수하는 데서 벗어나 협동심, 공감능력, 시민의식 등 소프트스킬(soft skills)도 길러 줄 필요가 있다.


학습자 중심 학습은 개인의 성향과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수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오프닝 키노트 연설자로 나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우리는 산업화된 농장 같은 학교보다 동물원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에 대체가 가능한 정형화된 지식을 전수하기보다 개개인의 특별함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헤키아 파라타 전 뉴질랜드 교육부 장관은 “숫자보다 학생의 이름, 필요에 집중하고 개개인을 더욱 더 존중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서로 다른 문화, 국가의 ‘교육 방식을 벤치마킹’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좋은 학습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해 우리식으로 전환·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는 것. 찰리 스트립 영국 수학 국립센터 소장은 얼마 전 중국 상해에 방문해 큰 영감을 얻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중국은 지역과 지역, 학교와 학교 간에 서로의 수학 교육 방식을 참고하는 프로그램을 목도했다. 중국이 피사(PISA) 수학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3번째 과제로는 ‘변화 일으키기’가 지목됐다. 인도 교육기업 Dream a Dream의 공동 창립자 바샬 탈 레야는 “우리는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뭐가 잘못됐는지 다 압니다. 그런데 좋은 아이디어가 정책 시행 과정에서 다 막힙니다. 교육 전문가와 교사들이 정책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4번째는 ‘모두의 학교로 바꾸기’다. 학교를 다양한 직종,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꾸자는 지적이다. 닉 챔버스 Education and Employers 창립자는 “다방면의 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이 하는 일을 학생들에게 소개해 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도 외부와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했다. 그는 “저는 16살에 학교 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자퇴를 했습니다. 학교는 저의 창의성과 기업가적 재능을 키워 주지 못했습니다. 저의 담당 교사는 제가 감옥에 가거나 백만장자가 될 거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평가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지금의 평가 방식이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험이 스마트폰으로 몇 초만 검색하면 다 나올 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아는 것을 창의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지, 아는 것에 기반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검색과 커닝에 대한 새로운 견해도 제시됐다. 현행 시험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다른 학생과 이야기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경우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검색 능력과 동료와의 협업이 필수 역량이 되는 만큼, 이를 감안한 평가 제도가 수립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OECD가 제시한 5가지 과제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단골손님처럼 매년 나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제기되고 또 제기되는 이유는 교육 체계가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인 주입식 교육, 외부와 단절된 학교,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 한정된 능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안드레아스의 지적대로 인공지능(AI)이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 노무직에 국한되지만 앞으로 고도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까지 AI가 차지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미래 세대를 담아낼 새로운 교육이 시급하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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