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잠을 못 자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 현대인의 삶은 ‘질 좋은 수면’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수면 부족이 지속될 시 피부 노화, 비만,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학교의 한 연구팀 실험에 따르면 평소 수면 장애에 시달리던 3800여 명의 실험군에게 ‘잘 잘 수 있도록’ 행동 치료를 하자 우울증과 불안증이 20% 낮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거창한 연구 결과를 접하지 않아도 수면의 중요성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수면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잠 잘 자는 공식

수면을 돕는 음악, 수면을 돕는 색깔, 수면을 돕는 책, 수면을 돕는 음식 등 수많은 분야와 수단이 잘 자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자는 일과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수학 역시 수면을 돕는 연구에 쓰이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페니 루이스 교수는 지난 2013년 다음과 같은 공식을 발표해 수면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수면의 질 = [(T × Bt) + C ] / [ Ha + S + L + (H × D)]


각각의 상수가 뜻하는 바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대괄호의 T는 ‘피곤함’으로, 충분히 잤던 마지막 밤 이후 일한 시간에 낮잠 시간을 빼고 운동시간을 더해서 계산한다. Bt는 ‘수면 시간’으로 수면의 질을 판단하고 싶은 특정 날의 수면 시간에 실험자의 평균 수면 시간을 나눠서 계산한다. C는 ‘편안함’으로 베개, 침구, 매트리스 등의 수치를 합산해서 계산하는데 이때 각각의 편안함 정도는 매우 불편함을 1, 아주 편함을 5로 두고 측정한다.


두 번째 대괄호의 Ha는 ‘깨어 있는 평균 시간’으로 평소 깨어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며, S는 ‘소리’로 백색 소음 혹은 수면을 돕는 음악 외에 잠자는 중에 들리는 소리를 매우 조용할 경우 1, 매우 시끄러울 경우를 5로 두고 측정한다. L은 ‘빛’으로 자연광, 조명 구분 없이 어두운 경우를 0.1, 푸른 스펙트럼이 강한 밝은 빛을 2로 두고 측정한다.


마지막 소괄호의 H는 ‘열’로 섭씨 16~17도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10으로 나누어 구한다. 마지막으로 D는 ‘방 온도에 대한 이불의 적합성’으로 방 온도에 대해 이불의 보온성이 적합한지를 0에서 3 사이로 자가 판단한 수치를 대입한다.


위 공식에 대입한 계산 결과가 2이면 질 좋은 수면, 1이면 평균, 0이면 수면 장애로 판정한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루이스 교수는 “아주 복합한 과정을 아주 간단한 결과물로 바꾸려는 노력은 항상 즐겁다”며, “우리가 시도한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공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러나 수면은 복잡한 대상이고 더 많은 요인이 추가돼야 한다”며, “사람마다 수면 변수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므로 이 공식을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이드로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루이스 교수의 설명처럼 수면은 매우 복잡한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므로 이 공식을 절대적 수치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수면의 질을 자가 점검하고 어떤 요인을 보충하는 것이 좋을지 개선점을 찾아 나가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수면 질 높이려는 수학자 노력, ing

수면을 위한 본격적인 응용수학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KAIST의 김재경 수리과학과 교수는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 연구팀과 함께 수학 모형을 이용해 수면 리듬을 찾아 주는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경 교수는 수면시간에 영향을 주는 단백질인 PER2의 변화를 미분방정식으로 계산해 수학과 의약학을 연결했다.


지금까지는 완벽한 수면 처방이 어려웠지만 이처럼 한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 학계의 기술과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언젠가 고질병과 같은 수면 장애와 이별하고 누구나 ‘발 뻗고 푹 잘’ 수 있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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