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골라 먹는 홈스쿨링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3-12
조회수
45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새 학기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에 때아닌 ‘홈스쿨링’(homeschooling)이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3주나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싫든 좋든 초중고, 유치원 모든 아이들은 집에서 공부해야 한다. 집 밖은 아직 위험하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11개국 3억 명의 학생들이 현재 홈스쿨링 중이다.

 

다만, 집에서 공부한다고 다 홈스쿨링은 아니다. 케임브리지 웹사전은 홈스쿨링을 “부모가 아이를 지도하며, 다양한 경험과 맞춤형 교육을 추구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교사 또는 학교 대신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아이를 가르치는 것. 이것이 홈스쿨링의 핵심이다. 부모는 커리큘럼을 짜는 것부터 시간 관리, 학습 지도, 평가 등을 직접 한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온 만큼, 기존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식당으로 따지면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 방식이다. 미리 짜놓은 단품 메뉴를 골라야 하는 일반 식당과 달리 서브웨이에선 소비자가 자식의 식성에 맞춰 내용물을 직접 조합한다. 고기파면 터키식 베이컨에 더블 패티로 빵 속을 채우고, 채식주의자면 양상추와 브로콜리 같은 채소류를 넣을 것이다. 먹기 싫은 것은 빼면 되니, 맞춤형 샌드위치가 완성되는 셈이다. 개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처럼, 아이의 성향과 실력에 따른 맞춤형 학습은 홈스쿨링의 최대 강점이자 특징이다.

 

사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학교에 나가 교사에게 지도를 받는 전통학교 모델이 오히려 그 역사가 짧다. 산업혁명 이후 의무교육이 정착되면서 교육의 주도권이 학교로 넘어가기 전만 해도 부모는 자녀의 교육을 전담했다. 물론 부모가 A부터 Z까지 모든 걸 가르치진 않았다. 손재주 좋은 삼촌이 기술을, 암기에 능한 이모가 수학을 지도하는 식으로 친인척이 동원됐고, 마을 어르신이 역사 수업을 봐주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홈스쿨링은 가족과 마을의 외연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특히 미국에선 ‘제2의 에디슨’을 꿈꾸는 홈스쿨링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홈스쿨링 인구는 2003년 2.2%에서 2016년 3.3%로 늘었다. 숫자로 따지면 약 200만 명이다. 이들 부모는 자녀에게 딱 맞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하고 있다. 학생과 전문교사를 1 대 1로 매칭해 주는 온라인 튜터링 서비스인 커넥션 아카데미(Connections Academy), 아이의 성적과 레슨 현황, 숙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커넥서스(Connexus), 개인 맞춤 커리큘럼을 지원하는 선라이트(Sonlight) 등이 많이 알려진 온라인 서비스다.

 

꼭 전문 교육 사이트가 아니어도 배울 곳은 많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공짜 또는 저가에 수많은 학습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밥로스가 진행하는 예술 수업을 받고, 유튜브 과학 채널로 물리 수업을 듣는 식이다. 아마존 프라임에선 ‘미스터 로저스의 이웃’을 시청하며 인간존중과 윤리에 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배울 곳은 많다. 획일화된 시간표에 따라 공부해 왔던 자녀에게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지금의 비자발적 홈스쿨링은 위기가 아닌 기회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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