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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유승준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던 이유
스티브 유. 가수 유승준 씨의 미국 이름입니다. 그는 군에 입대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병역의무를 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무기한 한국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10여 년 동안 입국 시도를 하지 않던 유 씨는 병역의무가 해제된 만 38살이 되던 2015년 8월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신청했고, 영사관이 이를 불허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유 씨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주 로스앤젤레스 영사관의 조처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여부를 판단할 때 “상급기관 지시를 따를 게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 비례·평등 등 ‘법의 일반원칙’ 등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사관이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2002년 당시 법무부 결정만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재량권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합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 씨는 지난 1997년부터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였습니다.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해 대중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1년 11월 군 입대 통보를 받은 후인 이듬해 1월, 유 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영주권은 원래 국적은 그대로 두면서 그 나라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만을 취득하는 것이고, 시민권이란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입대 약속을 어기고 병역의무를 회피하려 한 그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그는 법무부의 요청으로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사실상 병역의무에서 면탈(벗어남)했는데, 그가 입국해 연예활동을 하면 국군 장병들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 의무를 경시(대수롭지 않게 생각함)하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법무부가 근거로 삼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외국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도 입국 금지를 할 수 있습니다.
유 씨가 데뷔한 1996년 당시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군대에 갈 의무가 없었습니다. 병역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외국 영주권자는 국내 체류기간이 1년을 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됐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연예인들은 1년이 되기 전 출국해 몇 개월 지내다 다시 돌아와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3월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영주권자라도 ‘국내 체류기간이 1년 중 60일이 넘고 공연, 방송, 영화 출연, 경기 참가 등으로 돈을 벌 경우’ 병역 의무를 부과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유 씨를 비롯해 입대를 해야만 하는 연예인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면 병무청의 고시가 발표된 후 60일 이내에 한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2014년 안규백 의원이 제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의무에서 벗어난 사람은 한 해 평균 3,400명에 이릅니다. 병무청은 “(유승준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입국 금지 조치 이유를 설명하지만 같은 이유로 입국이 금지된 외국인은 없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병무청의 이런 태도는 “국가의 횡포”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국적법이 국적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고, 국제인권규약에도 국적 취득의 자유가 인정된다”며 “우리 헌법은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기본적 인권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가 나서 잡도리(잘못되지 않게 엄히 다스림)를 해야 국방의 의무가 신성해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유 씨를 입국 금지한다고 사람들이 국방의 의무를 중요시하고 우러러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유 씨는 지난해 새 앨범을 발매하려다 싸늘한 여론과 음반유통사의 거부로 무산됐고 올해 다시 발매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티브 유 입국 금지 다시 해 주세요’란 청원 글이 올라왔고 23일 기준으로 23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의 입국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이 하겠지만, 방송 활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대중의 판단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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