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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운동, 어디까지 확산되나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일본 불매운동, 어디까지 확산되나


지난 7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 한국에 물품을 수출할 때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고 불확실해졌습니다.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7월 28일부터 ‘일반 포괄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일반 포괄 허가는 일본 기업이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 물품을 수출할 때 3년간 포괄적으로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에칭가스를 포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이은 일본의 조처로 국내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이란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않는 일을 말합니다. 상품의 제조 국가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보이콧’이라고도 합니다.

 

불매운동은 소비자운동으로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197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명의 주부가 소고기값 인상에 반대해 전국에 불매를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 운동으로 당시 닉슨 대통령은 소고기값을 올리지 말라는 ‘동결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백화점이나 대기업 오너의 횡포와 갑질에 맞서 해당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번 불매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상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것부터 일본과 맺은 교류 협력이나 스포츠 행사 참가를 취소하는 것입니다. 경북 칠곡군 주민은 “일제 강점기에 굳어진 ‘왜관읍’이라는 지명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에 나섰고 강원도 영월군은 자치 법규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일본식 한자어를 한글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일본 제품의 대체재를 알려주는 웹 페이지 ‘노노재팬’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 사이트는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 등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 정보와 이 제품을 대체할 비슷한 국산 제품도 알려줍니다. 사이트 개발자 김병규 씨는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에 끌려가 무임금 강제징용을 당한 이춘식 할아버지의 배상 판결에 공감하고자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시각입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무상 3억 달러를 주며 개인 청구권까지 다 해결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금으로 준 것이 아니라 “일본국의 생산물 및 일본인의 용역”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 당사자에게 돈으로 보상을 한 것이 아니고 일본 기업이 생산한 자본재를 사서 한국에 제공했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챙겼습니다.

 

두 번째는 얼마 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익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소재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인 가운데 이 같은 행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은 얼마 전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는 “국가 간 대립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특별한 과거를 가진 일본과 한국은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지배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이면 어떤 정권도 국민에게 버림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는 한국을 ‘적’처럼 취급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해가는 소중한 이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이번 조처로 불매운동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일본 수입차 판매율이 감소하고, 일본편 항공기 운항 수가 줄어드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2.8%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방학에 읽으면 좋을 역사책을 추천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책은 <봄날은 간다>(정혜경, 선인 펴냄) <우리 엄마 강금순>(강이경, 도토리숲), <일제강제동원, 이름을 기억하라>(정혜경, 사계절 펴냄)이 있습니다. 관련 책을 읽으며 이번 일을 단순히 불매운동으로 끝낼 게 아니라 한-일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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