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2-13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아이들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 안에서 아홉 살 민식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쿨존은 학교 근처에 지정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당시 사고가 난 곳에는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이후 강훈식 민주당 의원,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형으로 가중처벌 내용을 담은 ‘민식이법’을 각각 대표 발의(국회의원이 국회에 의안을 제출하는 일)했습니다.

 

최근 5년간 스쿨존 안에서 409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3살 미만 어린이 34명이 사망하고 2546명이 다쳤습니다. 민식이법처럼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 이름을 딴 여러 법안을 묶어 ‘어린이생명안전법’ 혹은 ‘아이들법’이라고 부릅니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을 관리하거나 일하는 사람이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조처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2016년 어린이집 앞 경사진 곳에 주차돼 있던 차가 뒤로 밀려 내려와 5살 해인이를 덮쳤습니다. 해인이는 어른들의 부주의로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숨졌습니다.

 

‘하준이법’은 모든 주차장 관리자에게 경사도 관리 책임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판 설치, 고임목 비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2017년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오면서 네 살 하준이를 치여 숨지게 했습니다.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에 시시티브이(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2016년 특수학교에 다니던 여덟 살 한음이는 고개를 스스로 가누지 못해 통학차량 안에서 교사가 세심히 보살펴야 했지만, 이를 방치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재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31만여 명이 동의했고, 지난달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에서 ‘민식이법’ 수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오후 민식이법을 포함해 19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습니다. 패스트트랙(신속법안 처리)에 오른 선거법·검찰개혁 법안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서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해 부모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쟁점 사안을 두고 아이들을 담보로 거래한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인이, 하준이, 민식이 부모들은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의원실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들의 정기국회 통과를 호소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10일 여야가 국회 본회의를 열어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과 주차장 내 사고 대책을 위한 ‘하준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 이슈가 한창일 때 일부에서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악법”이라는 가짜뉴스도 떠돌았습니다. 이 법에 담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때문입니다.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아닌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킬로미터를 초과하거나 만 13세 미만인 어린이가 사망했을 때,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강한 처벌을 받을지는 법원이 운전자의 과실 여부와 유형 등을 사안마다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신호등 없는 곳에 신호등 만들어달라는 게, 대로변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어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카메라 달아달라고 하는 게 왜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떠나간 우리 아이들이 협상카드로 써야 하는지, 불러주고 싶어도 마음 아파 불러줄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 전 민식이 엄마가 국회 기자회견 때 눈물을 쏟으며 했던 말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정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작아서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고,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 구역에서 특별히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것입니다.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좀 더 신중히 주의하자’는 의미입니다. ‘아이들법’이 왜 쟁점이 되는지, 이 법이 필요한 이유를 각자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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