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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정보

온라인개학 스타트 끊은 중3·고3 교실 어땠을까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온라인개학 스타트 끊은 중3·고3 교실 어땠을까

전국 중·고등학교 3학년부터 9일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가운데 교육 현장 곳곳에서는 혼선과 부작용이 속출했다. 오는 16일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 20일 초등학교 1~3학년이 연이어 원격 수업을 통해 새 학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운영 초반에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교육계 지적이다.


우선 온라인 개학을 한 첫날 아침부터 EBS온라인클래스가 접속 장애를 일으켜 교사와 학생들이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앞서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확정 지으며 향후 학교들이 원격 학습 학급방 운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던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이날 EBS온라인클래스는 오전 9시부터 10시 15분에 일부 병목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과정에서 수업을 듣고자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려던 학생 다수가 제때 수업을 듣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교사들도 갑작스러운 먹통 현상에 상당한 혼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EBS 홈페이지 이용문의 게시판에는 "EBS온라인클래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고 나온다" "EBS온라인클래스의 동영상이 일부 틀어지지 않는다" "학급방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뜬다"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졌다.


최근에도 EBS온라인클래스는 아침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접속 자체가 되지 않는 문제가 이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못 믿겠다며 민간 기업의 플랫폼을 추가로 사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원격교육 플랫폼 'e학습터' 역시 지난 3일 오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약 하루 치의 자료가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KERIS는 e학습터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이 시간대에 교사들이 업로드한 자료 등을 모두 실수로 삭제해 버렸다.


우려가 된 대목은 또 있었다.


이날 학교 현장에서는 전례 없는 온라인 개학으로 우려했던 것처럼 교사 역량과 학교별 여건에 따른 디지털 수업 격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찌감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 온 학교들은 대체로 수월하게 운영됐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 중에서는 개학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어 촉박한 준비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부랴부랴 수업 준비를 해오면서 제대로 원격 수업 프로그램을 익히지 못해 당황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특히 학생·학부모는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선호하는 데 반해, 대부분의 학교가 EBS 강의로 수업을 채우거나 콘텐츠를 활용했다. 또 여기에 과제 수행 수업을 혼합한 형태도 많았다.


문제는 원격 수업이 장기화될 경우 학교별 학습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관계자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지만 연배 있는 교사들은 처음 접하다 보니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쌍방향 수업이 적어 아쉬움은 있지만 차츰 교사들이 적응하면 다양하고 안정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 학교는 비교적 온라인 수업을 잘 준비한 학교로 거론되고 있지만, 고3 수업 기준 25개 교과목 가운데 3개 교과목만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이뤄진다.

 

학교를 안 가니 스터디카페·학원을 가는 아이들

상황이 이렇자 아예 아침부터 스터디카페나 학원에 가서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취지에 따라 등교 수업이 아닌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음에도 적잖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자습을 하거나 보충 수업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입시 관련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도 수분 내 '완강'으로 출석하는 편법 등을 공유하거나 음소거 해놓고 자습을 한다는 등의 반응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온라인 수업을 처음 들은 한 고3 학생은 "대부분 EBS 인강으로 수업이 채워져 있었다"라며 "그냥 인강은 틀어 놓고, 학원 숙제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한 단과학원 강사는 "학원 수업이 원래 저녁에 있는데, 고3 보충 수업을 하러 오전에 출근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 온라인 수업이 부실하다며 EBS 강의를 음소거 해두고 학원 숙제를 하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라며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라고 말은 하지만, 당장 입시가 코앞인 학생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고 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5인 미만의 소규모 그룹으로 학원이나 스터디카페에서 사교육을 받는 중3·고3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개학이 한 달 넘게 미뤄지면서 입시 준비에 마음이 급해진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후문이다.


또 이날 서울 곳곳의 스터디 카페에서도 자습을 하기 위해 찾은 고3 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스터디 카페에는 고등학생 여러 명이 본인 자리 앞에 스마트 전자기기를 켜놓은 채 학교 원격 수업을 시청하고 있었다. 한 사설 학원 관계자는 "학원에 오겠다고 연락 온 학생들이 많아서 자습실과 강의실을 열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집계 기준 서울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14.9%에 불과하다. 특히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서초는 8.2% 수준이다.

 

온라인 개학도 '개학'... 실시간 수업 태도 평가

최근 교육부는 원격수업에 따른 출결 관리 기준과 학생 평가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원격수업의 실제 평가 장면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각 유형별 평가와 학생부 기재 방안을 제시했다는 부분이다.


일단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는 원칙적으로 등교 이후 지필평가를 통해 성취도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실시간 쌍방향 수업처럼 교사가 원격수업 중에 학생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관찰·확인하면 이를 토대로 평가하거나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등교 개학 이후 원격수업 당시 학생이 작성한 수행 과제물 등을 활용해 수업하고, 학생의 활동을 직접 관찰·확인한 경우 이를 평가하거나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 이때 교사는 과제물 자체의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으며, 등교 수업에서 학생이 보여준 성취도, 태도, 참여도, 수행역량 등을 평가하고 기록한다.


특히 예체능 교과의 경우 가창이나 기악, 개인 체육활동 등 학생이 체육·예술 활동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 과제로 제출하면, 교사는 해당 영상 내용을 수행평가나 학생부에 반영할 수 있다. 반면 독후감, 에세이, 논술문, 프레젠테이션(PPT) 등 원격수업 시 학생이 제출한 과제의 수행 주체와 과정을 교사가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경우는 학생부 기재가 불가하다. 이는 곧 부모나 사교육 등 제 3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전면 차단한다는 얘기다.


이 외에 출결은 교과 담당 교사가 차시 단위로 '출석' 또는 '결석(결과)'으로만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등교수업과는 달리 원격수업의 출결은 수업일로부터 7일 이내에 출석이 확인된 경우, 담임교사가 사후에 증빙자료를 확인해 출석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출석 방식은 원격수업 유형에 따라 교사 재량으로 실시간 영상이나 메신저, 문자메시지, 학습관리시스템(LMS) 접속 기록, 콘텐츠 학습 시간 기록 등 해당 수업에 맞는 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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