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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중등팀이 고민한 것들
가방은 쓸모가 많다. 휴대폰이나 지갑, 책 등 여러 물품을 휴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저 들고만 다녀도 멋진 패션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가방은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고전적인 용례이기도 하다(‘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하지만 노트북과 무거운 책이 가득한 백팩, 또는 우아하게 줄이 긴 숄더백은 종종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안 그래도 빽빽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방은 원망스러운 짐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선 응답자 중 절반이 지하철에서 백팩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다. 날이 추워진다. 우리는 점점 두꺼워질 테고, 우리 사이도 차츰 가까워질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조금씩 배려해야 할 때다.
거북이는 의외로 많이 두껍다. (출처: 파리지하철공사)
애들이 보고 배운다_004. 가방 편
무슨 가방을 메든 한적한 곳에서는 신경 쓸 것도 없다. 하지만 신체의 연장인 도구를 사용할 땐, 빽빽한 곳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백팩
백팩은 선반 위에 두거나 앞으로 메는 게 좋다. 너무 크고 무거울 경우 다리 사이 바닥에 두는 방법도 있다. 뒤로 메라고 백팩(backpack)인데 내가 왜 폼 안 나게 앞으로 메야 하냐, 선반 위에 뒀다가 누가 훔쳐가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냐, 내 소중한 가방을 더러운 바닥에 둘 수는 없다 등 다양한 반박이 당장 들려오는 듯하다. 불가피하게 큰 가방을 메야 하고, 타인의 진로를 본의 아니게 방해한다고 해서 무례한 사람이라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찌 됐든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가방이 뒷사람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알고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짐짓 모른 체하거나, 그러면서도 누군가 하차할 때 자기 가방을 치기라도 하면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조금 배려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부산광역시는 2017년부터 '백허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출처: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숄더백 & 에코백
어깨에 걸쳐 멘 숄더백은 옆에서 봤을 때 가방 주인의 몸통 앞뒤로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이 역시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 주변 사람에게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 지나가다 툭 쳐서 줄이 어깨에서 이탈하여 놀랄 수도 있으므로 평소 대비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겠다. 또한 줄이 긴 에코백은 종종 아래로 늘어뜨린 채 들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지나가는 사람이 하체에 기습을 당할 수가 있다. 가방 주인은 최대한 자신이 감시 및 통제할 수 있는 공간 안에 가방을 둘 필요가 있겠다. 또한 좌석에 앉았을 때는 가방 줄이 옆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잘 여며 둔다.
슈트케이스
여행이나 출장 갈 때 사용하는 슈트케이스에는 바퀴가 있다. 짐이 너무 많아 ‘들고’ 가지 못하고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공항버스에는 짐칸이 따로 있어 문제없지만 일반 버스에서는 그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그럴 땐 다른 승객들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버스 주행 시 가방이 굴러가지 않도록 가방을 꽉 잡고, 버스 내 이동 시에는 다른 승객을 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전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가방 주인이 폰을 만지거나 일행과 이야기하다 슈트케이스가 저만치 굴러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슈트케이스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속도가 붙으면 그 기세가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 혹여 슈트케이스 경로에 아이라도 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더 꽉 쥘 수 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등산가방
건강을 위해, 기분 전환을 위해 가는 등산은 유익하다. 오르는 동안 마시고 먹을 음료와 간식, 정상에 올라가 먹을 음식 등을 넣으려면 가방은 필수다. 목표가 험준하다면, 혹은 평소 무릎이 성치 않거나 염려된다면 등산스틱도 꼭 챙겨야 한다. 그런데 등산을 시작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따금 사달이 생긴다. 가방에 꽂아 놓은 스틱이 다른 승객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한 기사(참고: 조선일보, “[NOW] 등뒤서 춤추는 등산 스틱… 승객들엔 ‘흉기’”, 2017.04.07.)에 따르면 실제로 다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스틱의 뾰족한 끝이 뒷사람의 이마나 코를 찌르거나 뺨을 할퀴고, 옷과 가방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혹시 등산객들은 집에서 가방을 쌀 때, ‘스틱 끝부분을 가방 안쪽으로 넣으면 내 가방이 상하겠지’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가방 바깥으로 스틱이 튀어나왔으니 이따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라고 결심했을까. 자기 가방을 배려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도 배려해 주기를 부탁하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 걸까.
옆에 아무도 없을 땐 저래도 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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