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서울대가 선택한 학습법… 효과 있는 거 맞아?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3-08


공교육이 1,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기 기관이 개발되고 포디즘이 등장했을 당시에 나온 방식이라, 지식정보사회를 사는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검색 몇 번으로 각종 정보와 뉴스를 섭렵하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주입식 교육’은 유통기한이 끝난 듯하다.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은 그러한 기성 교육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지난 2009년 미국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존 버그만에 의해 시작돼,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4년 3월 가 방영된 것을 계기로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거꾸로 교실’이란 이름으로 천여 개가 넘는 교육 기관에서 활용된다. 미국 하버드에 이어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유명 대학들도 ‘거꾸로 교실’을 강의에 차용했다.


플립 러닝, 우리말로 ‘거꾸로 교실’이 대안 교육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지식의 연결과 확장, 협력’과 같은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통 수업은 교실에서 강의를 받고 집에 가서 과제를 하지만, ‘거꾸로 교실’은 이름 그대로 정반대다. 강의를 집에서 받고, 교실에선 과제 풀이와 토론에 집중한다.


가끔 ‘거꾸로 교실’을 강의 영상을 먼저 보고 수업 시간엔 숙제를 하는 형식적 전환으로 오인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옮기고 더 중요한 학습의 비중을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단순 과정은 혼자 한다. 그 지식을 다른 지식과 연결하고, 타 영역으로 확대하는 응용 과정은 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또 토론을 거치며, 학우들과 자연스럽게 협력한다. 주어진 지식을 융합·응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에듀테크(Edutech)를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의 강의를 태블릿이나 휴대폰 등 IT 기기로 미리 습득하고 온만큼, 교사는 강의 부담에서 자유롭다. 교실에선 꼭 필요한 부분만 지도하면 되는데, 이때 에듀테크가 접목된다.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지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교사는 축적된 데이터에 기초해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미리 파악해 놓고, 교실에선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강의를 미리 듣고 온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 동안,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체험 학습을 풍성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거꾸로 교실’은 에듀테크와 만나 신개념 학습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 일선 교사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의를 미리 보고 와야 하는만큼 학생의 주도성과 적극성이 필수인데,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빈손으로 교실에 온다고 한다. 그러면 과제를 해결할 수 없고, 토론도 구경만 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의 10명 정도를 웃도는 우리 교실의 현실을 감안하면, 개인별 지도는 이상(理想)에 가깝다. 교사의 역할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거꾸로 교실’은 교사가 먼저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내어 주고 자신은 서포터나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교사, 교육 여건이 함께 바뀌어야 ‘거꾸로 교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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