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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맛 좀 보자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나는 배가 부르..기는 무슨 나도 먹고 싶다!! 소불고기 먹을 때, 느타리 버섯보다 소고기를 더 많이 먹고 싶고 굴비나 갈치를 먹을 때, 꼬리 쪽 말고 등살을 통째로 발라먹고 싶단 말이다. 그것도 두 마리씩.


그렇게 입맛만 다시지 말고 그냥 더 사서 먹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더 사서 먹자니 나는 체중 조절을 위해 집에서 저녁을 안 먹는 편인 데다가 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들이 비싸기도 하고 이미 다 커서 성장도 멈춘 마당에 한창 클 아이들이나 먹이면 되지 뭘 또 그렇게까지 해서 먹나 싶어 아이들 먹을 양만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먹겠다는 마음속 아우성을 달래 가며 아이들을 먼저 먹이고 마는 천생 엄마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먹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간식거리들이다. 바로 킨더** 초콜릿이나 제* 초코우유, 마카롱 따위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냥 네 것까지 하나 더 사먹어~'라고 말하지만 뭐 또 한 개를 더 사서 먹을 만큼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하하. 당이 높은 간식인만큼 평소 먹기를 자제하고 있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어쩌다 사주는 것인데 꼭 아이들이 한 개 두 개 옴뇸뇸 하고 먹을 때, 바로 그때! 나는 너무나 맛을 보고 싶더란 말이다.

얼마나 달콤할까? 게다가 쫄깃하기까지? 바삭하기까지? 커피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아이들과 마주앉아 '맛있어?'라고 물어본다. 정말 딱 한 번만, 살짝 맛만 보고 싶어서, 난 정말 그 정도면 딱 될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엄마 한입만~'이라고 청하면, 평소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아이들이 요럴 때는 '싫어'라는 단 한마디로 그렇게 매몰찰 수가 없다.


'엄마가 너희들한테 맛있는 반찬도 해주잖아, 엄마가 오늘 이 간식 사준 거잖아'라는 나의 유치한 반문에도 아이들은 본체만체. 밥은 남기는 아이들이 또 이런 건 남김없이 다 먹는다. 결국 아이들이 다른 것에 한눈을 판 사이에 마카롱이나 도넛을 한입(보단 조금 많이) 먹는다거나 제* 우유를 한 모금 쭈욱 빨아 먹는다든가, 몇 개 있으면 그중 한두 개를 슬쩍 챙겨 남몰래 혼자 먹곤 한다. 아, 그렇게 먹는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왼쪽)민이가 먹던 마카롱. 너무 맛있어 보여 민이가 다른 과자를 먹느라 한눈판 사이 내가 한입 먹었다. 민이는 눈치 못 챔. (오른쪽)선이민이에게 사줬던 도넛인데 둘이 어찌나 맛잇게 먹던지, 그중 하나를 안방에 가져와서 화장대에서 혼자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킨더** 초콜릿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아는 킨더** 초콜릿은 달걀모양의 패키지 안에 작은 조립형 장난감과 초콜릿이 반반씩 들어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선이민이도 킨더** 초콜릿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좋아해서 마트에 갈 때마다 하나씩 사달라고 조르곤 한다. 어느 날 선이 친구들과 엄마들 모임에 갔는데 한 엄마가 아이들 먹고 놀라며  킨더** 초콜릿을 엄청 많이 가져온 것이다. 선이는 신이 나서 킨더** 초콜릿을 몇 개 챙겨 나에게 가져다주었고 이따가 먹을 거니까 엄마가 잘 보관하라고 했는데 이후 친구들과의 놀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게 킨더** 초콜릿을 맡겨 두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선이에게 엄마에게 초콜릿이 있다고 굳이 알은체하지 않았다. 이도 썩고 좋을 게 없으니까. 푸하하.

그날 저녁, 나는 선이가 낮에 내게 맡겨둔 킨더** 초콜릿을 세탁실에서 몰래 까먹었다. 거실에 아이들이 있어서 눈에 띄면 분명 아이들이 모두 달라고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잠든 후 먹어도 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초콜릿을 먹으면 살찔 것이라는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사실 맛이 너무 궁금하여 빨리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지만.


[킨더** 초콜릿. 정말 맛있었다.]


초콜릿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살펴본 후, 드디어 나머지 반쪽에 있는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다. 바삭한 초코볼 2개가 화이트 초콜릿 크림 사이에 박혀 있었다. 바삭한 밀크 초콜릿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이 섞여 정말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어서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거구만, 이렇게 맛있는 걸 그동안 아이들만 먹었구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가며 세탁장에서 순식간에 4개를 다 까먹었다. 너무 달아서 혀가 얼얼했지만 맛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어서 기분은 매우 좋았다.


[세탁장 불도 켜지 않고 킨더**을 먹었다.]


아이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분리수거까지 말끔히 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거실로 나왔다. 아이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에 '선이야~ 민이야~ 뭐 행???~~' 하고 부대끼는데 민이가 갑자기

 

“엄마 뭐 먹었어? 엄마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

 

아뿔싸.. 이를 닦고 왔어야 했는데..

듣고 있던 선이가 말한다


아, 맞다 엄마,

아까 엄마한테 줬던 킨더** 어딨어?

나 그거 지금 민이랑 먹을래.”

아뿔싸..



KYONG / 박경미

딸 둘의 엄마이자, 14년차 제품 디자이너. 워킹맘으로서 폭풍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잔잔한 일상으로 추억되는 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포스트에서 <두 아이 워킹맘의 기억 저장소>(https://post.naver.com/kyong_pkm)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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