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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새 학기 증후군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지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선이가 2학년이 된 것이다. 작년 이맘때 선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2학년이 되는 지금, 선이는 긴장보다는 기대가 더 큰 듯하다. 지난 1년 동안의 초등학생 생활이 나름 경험이 되었는지 별것 없을 거란 식이다. 녀석. 새 학년 새 학기가 되어 긴장은 오히려 내가 하고 있다. 작년 한 해를 지내 보며 담임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엄마의 삶이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년 선이의 1학년 담임 선생님은 나이가 많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1학년 아이들을 마냥 아기처럼 귀여워하셨고 학기 초 학부모 총회 때 1학년 아이들은 그저 건강하고 잘 놀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숙제도 딱히 없었고, 준비물도 크게 없어서 수월하게 1학년을 보냈더랬다. 처음엔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후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해 보니 내가 운이 좋은 것이었다.

어떤 이는 담임 선생님이 매주 주말마다 등산이나 식물원 견학하기 등의 숙제를 줘서 주말에 쉴 틈 없이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1학년이어도 쪽지시험을 자주 봐서 매일 밤 아이의 공부를 봐주기도 한다고 했다. 심지어 회사 선배는 당시 3학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공부에 신경을 좀 쓰라고 혼이 나기도 했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나는 정말 편한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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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학부모 총회를 어제 했다. 1학년 때 이미 해봤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긴장되고 엄마들끼리도 서로 눈치를 더 봤던 것 같다.]


물론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기본자세가 잘 형성되기도 하고 널널한 선생님이 담임인 반의 아이들에 비해 무엇이든 더 많이 배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선생님을 좇아가기 위해 학부모는 고달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긴장이 되었다. 과연 선이의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어떤 성향일지. 젊고 열정이 있는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또 내가 챙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아질까 봐, 그래서 내가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까 봐 널널한 성향의 선생님이 담임이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드디어 2학년 학부모 총회 날, 선이는 나에게 자신의 반과 자신의 자리를 잘 찾아오라며 친히 학교와 반의 지도까지 그려서 내게 주었다. 그럴 여유까지 생긴 거니? 지도를 잘 참고하겠다며 선이가 만들어 준 지도를 손에 들고 학교로, 2학년 교실로 향했다. 선이의 2학년 담임 선생님은 1학년 담임 선생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듯 보였지만, 풍채가 크고 자세가 아주 꼿꼿하셨다. 그리고 완벽한 화장을 하고 있었으며 머리 스타일도 매우 단정했다. 풍채가 큰 만큼 목소리도 상당히 컸고 전체적으로 여장부 같은 느낌의 선생님이셨다. 음, 쉬운 분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오랜 교사 경력만큼 젊은 엄마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고 활기차고 쿨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2학년 평가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아직 선생님을 제대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나도 사회생활 15년 차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고 그래서 나의 오늘의 결론은

아, 올해 난 죽었다..



KYONG / 박경미

딸 둘의 엄마이자, 14년차 제품 디자이너. 워킹맘으로서 폭풍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잔잔한 일상으로 추억되는 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 포스트에서 <두 아이 워킹맘의 기억 저장소>(https://post.naver.com/kyong_pkm)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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